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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드라마, 진화는 계속된다…한 단계 업그레이드 양상


[아시아경제신문 문용성 기자]한국 드라마가 최근 들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의 제작비 규모가 커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드라마를 진화시킨 것은 소재와 내용의 파격. 그동안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직업군이나 소재뿐 아니라 설정 역시 파격적인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해부터 국내 드라마는 의사, 변호사, 경찰, 회사원 등 흔한 직업군에서 벗어나 노름꾼(타짜), 요리사(식객), 음악가(베토벤 바이러스), 심지어 2년 전에는 사채업자(쩐의 전쟁)까지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연예인과 매니저들이 드라마에 리얼하게 투영되고, 방송가 사람들 역시 극중 인물로서 이제는 자연스럽다.

사극에서도 위인을 비롯해 왕과 왕비, 조정 신료 등 주변인물에서 벗어나 화가(바람의 화원)와 의적(쾌도 홍길동과 일지매) 등을 다루는 등 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배용준 주연의 ‘태왕사신기’는 왕을 다루되 그동안 방송된 국내 사극의 차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주인공의 직업이야 얼마든지 다양하게 다룰 수 있는 문제.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이야기 전개에 있어 더욱 과감하고 대담해졌음을 알 수 있다. 화제의 드라마 SBS ‘아내의 유혹’은 감금 폭행 납치 강간 살인미수 등 평소 다루던 설정이라 하더라도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 ‘막장드라마’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최근 방송 중인 ‘남자 이야기’는 과거 ‘타짜’의 표현 방식과 유사하게 강도 높은 표현과 전개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억울하게 형과 삶의 터전을 잃고 밑바닥까지 떨어진 주인공 박용하는 물론이고, 상대역인 김강우는 소위 ‘싸이코패스’로 인물이 설정돼 있다. 과거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았지만 극중 김강우의 일생은 영화에서나 봄직한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남자 이야기’는 기존의 드라마 전개 방식이 아닌 영화적인 표현 양식을 갖춰 마치 시리즈 영화를 보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박용하가 주연으로 나선 영화 ‘작전’의 일부분과 일치하는 구석도 있고, 각종 영화에서 다룬 비상한 사기극 등이 주 내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극중 박기웅의 캐릭터처럼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들도 눈에 띈다.

차승원 김선아 주연의 ‘시티홀’도 드라마가 그동안 꺼려왔던 공무원들의 세계를 다뤄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청 근무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서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일상은 물론, 드러내기 꺼려지는 공직자들의 비리까지 소재로 다뤄질 터. 게다가 여성이 시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남녀 성대결은 불가피한 일이기에 흥미와 논란이 동시에 유발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가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 드라마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번에 종영한 ‘카인과 아벨’ 이전에는 ‘로비스트’나 ‘에어시티’ 등이 있었고, 이후에는 ‘아이리스’나 ‘태양을 삼켜라’ 등이 이어진다.

현재 대규모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 중인 블록버스터 드라마 ‘아이리스’는 국내 드라마 최초로 첩보원을 다뤄 방송 전부터 이미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병헌 정준호 김태희 김승우 등 특급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가 하면,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드라마는 강제규 감독이 제작을 맡고, 양윤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영화와의 접목도 꾀하고 있다.

지성과 성유리가 주인공으로 포진한 ‘태양을 삼켜라’는 일본과 제주도 등 흔한 로케이션 외에도 국내 드라마 최초로 아프리카 로케이션 촬영도 감행했다. 드라마의 무대 자체가 달라진 것. 수중 및 항공 촬영 등 다양한 촬영기법까지 동원한다면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현실 속에서도 드라마는 계속 발전해왔다. 자체적으로 제작비 감축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도 시스템의 발전을 가져왔다. 덩치의 크기를 떠나 드라마는 이제 질적인 성장과 더불어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뛰어들 때다.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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