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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엔 ‘천재’도 있고 ‘골동품’도 있다

기부왕 류근철 박사가 평생 모은 진귀품 500여점 전시

첨단과학과 교육의 산실인 KAIST에 요즘 진귀한 골동품이 넘쳐난다.


중국 청나라 6대 황제인 건륭제(乾隆帝)가 황실에서 쓰던 벼루에서부터 1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영국제 혈압계까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골동품들이 KAIST 교정의 한 방에 들어찼다.

이 골동품들은 지난해 KAIST에 57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한 원로한의학자 류근철(83) 박사가 내놓은 것.

류 박사는 13일 KAIST에 ‘인재·우주인 건강연구센터 및 닥터류 헬스 클리닉’을 여는 자리에서 평생 모아온 불상, 벼루, 향로 등 소장품 563점을 또 KAIST에 기부했다. 소장품들은 이날부터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됐다.

소장품들 중엔 흥미를 끌만한 것들이 많다.

조선시대 8대 왕 예종이 썼던 벼루는 현재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들어 진지 1307년이 된 이 벼루는 원숭이가 용을 타고 있는 형상이 새겨져 있다.

초대 조선총독을 지내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을 수행한 데라우치마사타케가 국내에서 썼던 옥새 진품도 있다.

중국 황실의 공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차를 마실 때 썼던 ‘티테이블’은 대리석과 원목으로 된 외관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 테이블은 류 박사가 18년 전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경매에 참가해 당시 가격으로 1300만원에 샀다고 한다.

양반들이 가래침을 뱉을 때 썼던 종기모양의 그릇이나 양반집 규수들이 가마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갈 때 사용했던 요강, 중국 어의의 침통, 만들어 진지 100년 된 재봉틀 등 재미있는 골동품들이 너무 많다.

이 골동품들은 모두 류 박사가 서울 인사동과 신설동 일대의 풍물시장과 경매시장을 돌아다니며 모은 것들이다.

류 박사는 KAIST 안에 적당한 장소가 마련되는 대로 수십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추정되는 ‘관세음보살 불화’와 7000만원 짜리 만년필(이탈리아 오로라 제품) 등 값비싸고 귀한 소장품들을 가져 올 생각이다. KAIST는 곧 류 박사의 소장품 등을 전시할 박물관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류근철 박사는 “연구가 안 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모아둔 것을 KAIST에 모두 내놓았다”며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후대들의 교육과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들을 많이 기부하는 기쁨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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