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조건 기종따라
보조금 천차만별 적용
국내 휴대전화 유통시장은 롤러코스터와 비슷하다. 한해동안 기존에 가입한 통신업체를 타업체로 바꾸거나 신규 가입하는 고객이 무려 1370만명(2008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오르락 내리락 부침이 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대전화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점을 둘러보면 판매점 또는 기종, 가입조건, 휴대전화 요금제 등으로 들쭉날쭉한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휴대전화 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변덕을 부리는 속사정은 과연 무엇일까.
◆유통 및 판매 구조
휴대전화 가격이 천차만별인 핵심 이유는 휴대전화 시장만의 독특한 유통 및 판매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제조업체로부터 생산된 휴대전화가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두 단계를 거치게 된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에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이를 구입한 이동통신업체는 1000여곳의 대리점이나 수 천 곳의 판매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휴대전화를 되팔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업체는 휴대전화를 원래 사 온 가격대로 팔지 않고 모델과 가입 조건에 따라 보조금을 다르게 적용해 판매한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요동치게 된다는 얘기다.
◆가입조건ㆍ기종따라 천차만별
휴대전화를 가입하기 위해 판매점을 찾으면 점원들은 일종의 단가표를 고객에게 보여준다.
이 자료에는 각 이동통신업체마다 자체적으로 책정한 가입조건 별 보조금 지급 내역 등이 빼곡이 담겨 있다.
예컨대 영등포 소재 A통신업체는 신규 가입자가 43만원 상당의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살 때 통신사와 나이에 따라 49만~5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고객이 휴대전화 값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6만~10만원 정도의 돈을 더 받고 휴대전화를 구입하게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업체들은 비교적 단기간에 본전을 뽑고 이익구도에 들어가게 된다.
다만 43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구입해도 신규 가입자가 아니라 기존 가입자가 번호를 이동하거나 기기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보조금이 29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공짜였던 휴대전화 가격이 사실상 14만원이나 오르는 셈이다.
게다가 같은 가격의 휴대전화일지라도 모델에 따라 보조금이 변하기 마련이다.
같은 가격대 LG전자 휴대전화를 구입한다고 할때 신규 가입자의 경우 44만~47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시에는 30만원으로 보조금이 줄어든다.
하지만 이것도 언제 어디서나 같은 것은 아니다. 이같은 단가표의 내용 자체가 이동통신업체의 휴대전화 재고현황, 마케팅 전략 등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보조금 책정 원리는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인센티브 등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무려 연간 5조1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바로 이 돈이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으로 활용되는 재원이다. 이통업체는 이 금액을 신규 가입자에게 더 주고 기존 가입자에게 덜 주는 식의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거나 경쟁업체로부터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데 주로 사용한다.
즉 A사 가입자가 B사로 너무 많이 이동하면 A사는 B사 가입자 대상의 보조금 액수를 늘려 B사 가입자를 다시 끌어오는 방식을 취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보조금이 새롭게 책정되며 소비자를 유혹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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