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단말기는 왜 꼭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만 사야 할까?'
국내 휴대폰 사용자가 어느새 전체 국민의 90%에 달하는 43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휴대폰은 이제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휴대폰 구매가 거의 대부분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이뤄짐에 따라 유통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단말기는 사실상 대부분이 SKT, KTF, LGT 등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판매가 되고 있어 단말기 유통 채널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떤 단말기는 특정 통신사에서만 판매되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선택권 침해도 우려된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옴니아'는 SK텔레콤에서만 구매가 가능하고, 프로젝터를 탑재한 '햅틱빔'은 KTF에 가입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말기를 쫓아 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3G(3세대) WCDMA가 도입된 지금은 사용자가 휴대폰을 따로 구매해 자신이 원하는 이통사에서 개통을 할 수가 있다. 구매 따로, 개통 따로가 가능한 셈이다. 2세대(2G) CDMA와 달리 WCDMA는 사용자 정보가 담긴 USIM 칩만 이통사에서 구입해 설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휴대폰 사용자는 2G가 2600여만명, 3G가 1700여 만명으로 추산된다.
외산 휴대폰 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들은 할인마트나 양판점에서 단말기만 구매한 뒤 자신들이 원하는 통신사에서 개통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통사 대리점에서 개통과 동시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대부분의 물량을 각 이통사에 특화된 서비스를 탑재해 출시한다"며 "제조사와 통신사간 독점적 공급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통사들은 '구매'와 '개통'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예로, 가격(출고가)이 60만원대인 휴대폰을 이통사 대리점에서 구매하면 2년 약정과 제조사 보조금 등으로 20만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단말기만 따로 구매한다면 60만원을 다 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약정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없고 이통사도 자유롭게 옮겨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말기 제조사 관계자는 "수요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유통 채널에 단말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유통채널 확대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저렴한 가격과 구매 직후 바로 개통이라는 편리함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통사 대리점으로 몰린다"며 유통 물량 대부분이 이통사에 공급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설명했다.
결국,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이통사 대리점에서 단말기 판매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구매 따로 개통 따로'의 열린 유통 구조가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 유통을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CDMA 시절 휴대폰을 이통사에서 구매하던 패턴이 굳어져 3세대 단말기인 WCDMA도 이통사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구매해 바로 개통을 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제조사들에게 단말기 유통의 다변화를 억지로 종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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