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오비맥주 인수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 측에서는 오비맥주 인수를 포기하고 맥주회사를 신설하는 방안까지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오비맥주 인수에 대한 강한 의사를 밝혔던 롯데가 이같은 새로운 안을 들고 나온 것은 바로 매각대금에 대한 큰 차이 때문.
롯데는 지난 1월 소주 '처음처럼'의 두산주류를 인수하고 종합주류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그동안 맥주사업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혀왔다. 이즈음 세계 최대 맥주회사이자 오비맥주의 최대주주인 AB인베브가 오비맥주 매각 의사를 밝히며 예비입찰 참여에 대한 제안서를 보내왔고 롯데를 비롯해 약 15곳의 다국적 주류회사 및 사모펀드들이 인수 의향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류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등 여러가지 상황들을 종합해 봤을 때 가장 인수가 유력시 됐던 곳은 바로 롯데였다. 물론 두산주류와 달리 이번 오비맥주는 법인체를 인수하는 것이므로 면허를 재취득할 필요는 없으나 주류업체는 다른 제조업체와 달리 각종 인허가권을 국세청에서 갖고 있어 되파는 것이 목적인 펀드사가 주류회사를 운영하기는 그리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매각대금에 대한 큰 견해차. 인베브는 오비맥주 매각가격으로 20억달러(1350원 환율기준 2조7000억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는 모든 조건들을 고려해 1조6000억원 안팎을 생각하는 등 큰 가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인수대상자로 가장 유력한 롯데가 1조원 이상의 큰 가격차의 응찰가를 써내자 인베브는 최근 "롯데가 본입찰 후보에서 탈락했다", "롯데에게 10일에 마감하는 본 입찰 제안서를 보내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흘리며 롯데의 신경을 자극했다. 응찰가를 좀더 올리게 하려는 목적으로 외신을 통한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진행한 것.
그러자 롯데는 "오비맥주 입찰에 제안서를 내지 않겠다", "차라리 독자적으로 새로운 맥주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말로 맞받아쳤다. 롯데의 이같은 방침 선회는 마찬가지로 인베브를 압박하려는 카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 또한 최근 롯데그룹이 오비맥주 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3개 사모펀드와 경쟁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이같은 롯데의 맥주회사 신설안은 오비맥주 인수전에 뛰어든 여타 사모펀드들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롯데가 오비맥주를 인수하지 않고 맥주회사를 신설해 국내 맥주시장이 3강 체제로 바뀐다면 오비맥주를 되팔아 수익을 챙기려고 하는 사모펀드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가 맥주회사를 신설할 경우 드는 비용은 주류업계의 진입장벽을 감안해도 인베브가 요구하는 매각대금보다 훨씬 적은 1조8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롯데가 오비맥주 인수에 대한 야망을 접은 것이라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주류 및 M&A업계에서는 롯데가 오비맥주 대주주인 AB인베브와 가격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이며 이번 본입찰에도 결국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M&A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롯데는 두산주류를 인수하고 오비맥주를 인수해 종합주류회사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계속 품어왔다"며 "현재 롯데와 인베브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롯데가 오비맥주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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