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올라 건전성 악화에 은행권 볼멘소리
은행권이 금융감독당국의 중소기업 대출 압박에 패닉상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실물경제 침체가 중소기업 위기로 반영되면서 감독당국의 금융권에 대한 중기대출 압박이 지속돼왔지만 최근 수장들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은행들은 내달부터 구조조정의 본격적인 작업과 현재의 불투명한 경기상황과 맞물려 대출확대에 나서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부실 우려에도 중기대출 확대해라?=최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취임1주년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점포에서 중소기업 대출 승인뿐만 아니라 거절 사례 내용까지 기록하게 하고 이를 금융당국에서 검토해 보다 합리적인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김용환 금감원 수석부원장 역시 최근 경기도 안산 반월ㆍ시화공단을 방문해 "은행은 거래기업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고, 기업의 도산은 은행의 부실 증대로 이어지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며 "한계기업은 철저히 구조조정을 해야 하겠지만, 일시적 유동성 애로에 처한 거래 중소기업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독당국의 중기대출 확대는 지난 달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중기대출 만기 연장 결정으로 은행권이 잇따라 중기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은행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내달 부터 본궤도에 오르는 건설업, 조선업, 해운업체와 44개 그룹사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 등을 고려할 때, 은행들의 대손 비용은 더욱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도 크다.
지난 1월에 단행된 112개 건설ㆍ조선사에 대한 1차 구조조정 과정에서만 은행권은 모두 1조2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지난해 은행 전체 순익(7조9000억원)의 15.2%에 이르는 규모다.
◇은행들, 대출확대 힘들다=이처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의 잇따른 중기대출 압박에 은행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당장 은행들의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심각한 상태다. 중기 대출 연체율은 2월말 현재 2.67%로, 1년 전보다 무려 1.27%포인트나 높아졌다. 2005년 5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에 따라 은행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연체가 90일 이상 지속되면 은행은 이를 회수하기 어려운 돈으로 분류하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더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고 있는데도 연체율이 급증한 게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장들 역시 기업대출 확대 애로점에 대해 우회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지난 20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은 기업자금 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은행들이 대출확대에 나서기 힘들다는 입장의 우회적 표현이다.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ㆍ4분기와 2ㆍ4분기 각 0.8%, 3ㆍ4분기 0.5%에서 4ㆍ4분기 -5.6%로 급격히 추락했고 올 1ㆍ4분기에는 하락폭이 다소 둔화된다고 해도 침체의 터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지 않은 기업대출은 적극적으로 수행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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