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현안에 대한 침묵이 길어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국구상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행보는 정중동에 가깝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신중함이 묻어난다. 지지율이 30%대 중반을 회복하며 지난해 쇠고기파동, 금융위기로 상징되는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행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런던 G20 금융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정국 반전의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치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치 역시 안정적 국면을 유도하겠다는 것.
◆ 개성공단·北 미사일 침묵 이유있다=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을 비롯한 공식석상에서 개성공단 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메가톤급 외교안보적 현안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망 사건 당시 철저한 진실규명과 재발방지책을 촉구하며 북한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히 대북 메시지 전달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13일 해사 임관식에서도 "남북은 대결이 아닌 상생 공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청와대 역시 매우 조심스런 자세와 함께 정부 공식입장은 해당 부처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3월초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등 3개국 순방 과정에서 보여준 자신감 넘친 행보와는 뚜렷이 대비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의 침묵은 외교안보 현안을 소홀히 다룬다는 게 아니다"며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침착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순간순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남북관계에의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것.
◆런던 G20회의에 정성쏟는 MB=이 대통령은 최근 오는 4월 런던에서 열리는 G20 금융정상회의에 열과 성을 쏟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15일 재정지출 확대와 보호무역주의 배격을 골자로 하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합의 내용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골간으로 한 것. 이 때문에 4월 G20 회의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 확산 방지와 과감한 경기부양책 마련을 주창, 국제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낸 바 있다.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견을 중재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는 3월초 호주 등 3개국 순방에서 밝힌 신아시아 구상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최근 한국의 금융안정화포럼(FSF) 가입 역시 이 대통령의 숨은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한국의 FSF 가입을 위한 지지와 협조를 요청해왔다.
◆오바마와의 정상회담도 관심사=런던에서 만남이 예상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관심사다. 북한의 대남도발 등을 둘러싼 한미공조는 물론 한미 FTA 비준, 통화스와프 확대 문제 등 양국간 현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분야를 중심으로 미 일각에서는 한미 FTA 비준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여전하다. 또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한도 확대와 만기 연장 문제 등도 쉽지 않은 과제다. 이밖에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쉽지 않은 숙제를 떠안게 된 것.
청와대 측은 이와 관련, 지난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찰떡공조가 오바마 대통령과도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실무적 차원에서 만반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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