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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날씨는 흐렸고 권상우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감기에 식도염, 위염을 앓고 난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숙명' 이후 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권상우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사이에 두고 아시아경제신문과 짧은 인터뷰를 나눴다.
박진표 감독의 '내 사랑 내 곁에' 대신 선택한 영화이기에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 대한 그의 자신감과 기대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손태영과의 결혼 이후 첫 작품이라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을 것이다.
◆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현재 내 심정 담은 작품"
무엇보다 권상우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뚜렷해 보였다. 영화를 보면 답은 아주 쉽게 나온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어하는 '케이'라는 주인공이 현재의 권상우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도 "정확히 맞는 말이다"라고 답했다. 극중 케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권상우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배우로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작품 선택에 있어서 잡음은 있었지만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가요 제작자가 제작하고 시인 출신의 신인감독이 연출을 한다니 처음엔 믿음이 가지 않았다"는 것이 시작이었지만 신뢰가 생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시나리오 첫 장을 넘기도록 만든 힘은 시인 원태연이라는 이름이었어요. 누구나 다 아는 단어들로 쉽게 시를 풀어가지만 그 안에 진실성이 느껴지잖아요. 원태연 감독을 만나서 소주 2병을 마시면서 영화 이야기를 하다 믿게 됐죠."
권상우가 신인감독을 선호하는 이유는 "반항아 기질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함께 작업했던 감독들이 대부분 데뷔작 아니면 두 번째 영화를 찍은 분들이었어요. 성공한 감독의 그늘에서 안전한 행보를 하는 것보다는 신인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과 해서 잘 됐을 때의 쾌감을 느껴보고 싶기도 해요. 물론 재능을 이미 인정받은 감독과도 같이 해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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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무엇보다 가족의 행복이 제일 중요하다"
권상우는 "이 영화를 보고 여자 관객들이 손태영을 부러워할 정도로 케이가 멋진 남자로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건 이 영화를 만든 제작자와 감독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그는 영화 속에서 일생을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산 순정파로 출연한다. 시한부인생이라는 진부한 장치만 빼면 무척 로맨틱한 캐릭터다.
한 여자의 행복만을 바라는 극중 주인공처럼 권상우도 "세상 무엇보다 가족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새벽 2시까지 아내와 한 침대에 누워 아기를 바라보는데 아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 예쁘고 좋았다"며 권상우는 '초보 가장'의 행복을 피곤한 미소 위로 내비쳤다. 아내 손태영을 두고 "권상우가 아깝다"는 식의 악플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 반대다"라며 가볍게 웃어넘겼다.
권상우에게 최근 바뀐 점이 있냐고 물었더니 "예전엔 사람을 많이 좋아해서 믿었는데 그동안 사람에게 많이 치이다 보니 이제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대신 좋은 사람들과만 만나며 살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젠 넓고 얇게 만나는 것보다는 좁고 깊게 만나는 것이 필요한 나이이기도 하다.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시작으로 권상우는 배우로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 드라마 '신데렐라맨'이 바로 이번 주말부터 촬영에 들어가고 올 여름부터는 '로드 넘버원'을 촬영할 계획이다. '천국의 계단'의 이장수 PD가 연출할 이 작품에 대해 그는 "탐나는 드라마, 올 한해 가장 올인하고 싶은 드라마"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사업가로 변신해 서울 명동에 대형 커피전문점을 열 계획도 있다. 배우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사업가로서 권상우의 2009년은 매우 바쁜 한해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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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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