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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엄마, 저도 동생갖고 싶어요

시계아이콘02분 04초 소요

경제도 불황, 출산도 불황이라는 한 신문의 제목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결혼하는 사람이나 신생아 출산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현상이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어제 이와 관련해 충격적인 말을 했습니다. 출산율을 보면 우리나라가 지금 ‘준비상사태’를 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저출산 상태가 지속되면 인구가 줄어들어 국가의 존속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아이 낳는 것보다 더 큰 애국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대목입니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결혼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침체 탓입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출산은 뒷전입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 자녀 양육비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계획 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1961년입니다.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키우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 때문에 출산율을 억제할 수 있는 좋은 말은 다 동원되다시피 했습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
‘둘도 많다. 하나 낳고 알뜰살뜰’
‘엄마건강 아기 건강 적게 낳아 밝은 생활’
‘한 때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1980년)
‘하나로 만족합니다. 외동딸’(1988년) 이란 표어도 등장했습니다.
지나친 비약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것은 현재 여성 파워의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같은 표어는 1990년까지 30년 동안 각광을 받았습니다.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아빠! 하나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출산장려캠페인(2004년)이 시작됐으니 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시한 내용은 이런 측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대통령은 자녀를 3명 이상 둔 다자녀 가구에 대해서는 주택우선분양, 분양가 인하,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의 지원 대책을 강구하라고 했습니다. 자녀수가 많으면 싼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입니다.


세 자녀부터 소득공제가 되지 않고, 직장 의료보험도 안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더 낳으면 국가적 죄인이 될 것 같아 아들딸 한명씩 낳고 난후 고민에 쌓였던 그 많은 밤들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집에 일찍 보내준다는 유혹에 빠져 아이를 더 낳지 않게 되는 수술을 받기위해 늘어선 행렬도 먼 과거의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의 현재는 우리의 지나온 날의 결과입니다. 1990년 마지막 출산장려 캠페인이 발표되고, 2004년 출산 독려 캠페인이 만들어지기까지 10여 년 동안은 아마도 가족계획에 관한 정체성이 흔들리던 시기였을 듯합니다.


‘아이는 적게 낳아야 한다’를 답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눈앞에 보여지는, 저출산의 징조들, 위협적인 통계들은 발붙일 자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눈떠보니, 이미 되돌릴 수 없이 출생률은 줄어 있었고, 그 결과 초고속 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어리둥절한 상황에까지 직면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령사회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어떠한 예시도 예고도 없었으니까요. 아프리카에서 우리나라의 출산율 억제정책을 벤치마킹 하러 온다고 합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다가올 미래, 그리고 그 이후까지를 예견하고 저출산정책을 벤치마킹하러 온다고 하네요.


세상의 변화를 보고 있노라면 현재와 과거, 미래가 중첩되어 있는 듯합니다. 어떤 나라는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우리의 10년 전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늘어나는 인구의 억제는 ‘인류가 생존하는 지혜’로 생각되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저출산이 재앙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저출산이 사회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일할 사람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고 부양해야할 가족이 오히려 많아지는 고령화 사회는 앞당겨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저출산 추세를 우리사회의 ‘시한폭탄’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아예 결혼하지 않거나 애를 적게 낳겠다는 가치관이 고착되면 한국이 침몰하고 말것이라는 한 전문가의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때가 된 것입니다.


셋째 아이 생길까봐 전전긍긍 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아침입니다. 불과 멀지 않은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타임머신이 없더라도 예측 가능한 지혜를 모으면 오늘 보다는 덜 당황스럽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낳기와 국가 운명의 함수관계를 생각해보는 금요일입니다.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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