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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민감증’ 한국 소비자 “쓸 돈이 없다”

IMF 이후 10년 소비 성향 변화 들여다보니
낮출 수 없는 눈높이·자기개발비 증가·돈 관심 증대
실질소득과 심리소득 격차 커 불황에 민감


“돈 쓸 곳은 많은 데 쓸 돈이 없다.”

IMF 외환위기 후 비롯된 10년간의 대변화를 겪은 한국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최대 경제적 고민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소비자들은 국내의 경제, 사회적 불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개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기 개발’에 대한 욕구와 필요성이 증가했고, ‘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갔다. 반면 기술 발전으로 제품이 다양해지고 브랜드가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소비자들 의 씀씀이가 커지고 소비 수준도 고급화됐다.

‘돈’에 대한 부담과 중요성, 비중이 커지면서 자신의 실질 소득과 희망하는 심리적 소득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 실제 지표상의 경기 부침보다도 심리적으로나 실생활에서 더욱 심각하게 느끼고 반응할 수 밖에 없는 ‘불황 민감성 체질’로 변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98년 207만원에서 08년 399만원으로 2배에 못 미치게 증가한 데 비해 대출금과 신용카드, 외상 구매를 포함하는 가계 신용은 98년 1321만원에서 08년 4054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이상과 실상의 차이로 인해 지난 10여년간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경기에 따라 소비가 급변하는 ‘고무줄식 소비 성향’을 보여왔다.

제일기획(대표 김낙회)이 IMF 이후 11년(1998~2008년)간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과 상품 구매 및 이용 행태 변화를 분석한 ‘1998~2008 대한민국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을 즐기기 위해 어느 정도의 낭비는 필요하다’는 답변율은 연도별 경기 상황에 따라 10% 이상 차이가 났으며, ‘옷은 주로 세일기간에 산다’는 답변이 IMF 직후였던 98년에는 61%였지만 경기회복기였던 2002년에는 45%로 급격히 감소했다.

‘경제적 여력과 관계없이 절약해야 한다’는 인식이 IMF 직후 98년에는 70%였지만 2002년에는 57%로 감소했다. 신용카드 보유율 역시 외환위기 직후였던 99년에는 51%였지만 경기회복기 직후였던 2003년에는 77%까지 증가했다.

경기를 심하게 타는 ‘불황 민감성 체질’ 탓에 지난 11년간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수준은 IMF때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중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98년 60%에서 작년에는 55%로 줄었고, 중하층 및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33%에서 37%로 증가했다.

◆높아진 눈높이 ‘소비의 고민’= 기술의 발전과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으로 인해 지난 11년간 소비 수준이 꾸준히 고급화 됐고, 소비범위가 확장되는 등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꾸준히 높아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은 소비의 질을 고려하고, 근원적인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를 보이기 시작했다. 강하고 자극적인 것보다는 순하고 부드러운 것을, 인공보다 천연소재를 선호하는 웰빙 트렌드가 모든 분야에서 두드러졌고, 고성능과 다기능으로 무장한 새로운 가전제품과 주거환경의 고급화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낮은 실질 소득 증가율 속에 이같은 소비패턴의 변화는 경기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

◆나에게 투자 한다= IMF이후 대량 실업 사태를 겪으면서 찾아온 평생직장에 대한 믿음의 상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개인 경쟁력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켰으며 이는 자기 개발, 자녀 교육을 위한 소비의 증대를 초래했다.

월간 가계지출을 항목별로 비교했을 때 저축에 50만원 이상 지출한 가구 비율은 98년 33%에서 2008년 47%로 증가한 반면 교육비 항목은 11%에서 36%로 증가했다. 사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률이 크게 증가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과외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98년 29%에서 2008년 59%로, ‘교육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 문제이다’라고 답한 비율도 11%에서 08년 42%로 증가했다.

불경기 속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해 자신을 가꾸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나와 똑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그 옷이 입기 싫어진다’고 대답한 비율이 98년 30%에서 작년 43%로 증가했고,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무난한 옷을 주로 산다’는 응답은 65%에서 51%로 감소했다.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성형수술을 하는 것도 좋다’란 응답은 98년 21%에서 2008년 38%의 긍정률을 보이는 등 소비자들은 외모 가꾸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믿을 것은 역시 돈= 대량실직, 청년실업, 고용불안, 카드 대란, 부동산 폭등, 주가폭락, 환율급등 등 지난 10여년간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경제, 사회적 불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믿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과 돈’ 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졌고, 이에 따라 돈에 대한 비중과 관심이 더욱 증대했다. 심화되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차근차근 부를 쌓아 나가기 힘들다는 인식 또한 높아져,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로또와 자산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직접 관리의 스트레스를 줄인 금융상품 등이 큰 열풍을 일으켰다.

실제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중요하다’란 질문에 2000년 67%에서 2006년 79%로 증가했고, 세대별로는 30~39세대에서 가장 높은 긍정률이 나왔다. 또한 ‘재산증식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개인문제이다’ 란 응답률이 98년 16%에서 2008년 27%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돈에 대한 관심만큼 재산증식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은 큰 변화가 없었고, 노후를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최근 급속히 감소해 돈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재산 증식을 위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안정성보다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익성을 쫓는 비율이 99년 23%에서 2008년 36%로 증가했고, 직업 선택시 급여보다 안정성을 우선 고려한다는 긍정응답률은 73%에서 49%로 대폭 감소했다.

또한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경험한 탓인지 재산 증식 방법으로 계획적인 투자보다는 부동산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99년 24%에서 2008년 44%로 증가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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