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저치에 머무는 국제유가 흐름 속에 정부의 안이한 비축유 구입 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때마다 비축유 구입에 예산을 낭비했다는 질타를 받았던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월말 석유 비축유 구입에 대한 원칙을 확정했다. 매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평균유가(평균유가 -α)를 기준으로 국내 정유사 및 국제 트레이더 등의 입찰을 거쳐 일괄 구매하기로 한 것.
올해에는 지난해(1768억원)에 비해 절반수준인 860억원의 예산으로 100만배럴의 비축유를 구입할 계획이다. 이는 2005년(30만배럴)을 제외하고는 2000년대 들어 최소 규모이자 연간 평균 구입량 390만배럴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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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94.29달러에 달했던 두바이유는 올해 1분기 46.86달러, 2분기 45.53달러, 3분기 54.28달러, 4분기 61.02달러로 평균 51.92달러에 머물 전망이다. 이는 전년대비 45%(42.39달러)나 낮은 수준으로 해외 전문기관들도 유가가 30~60%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가 하락을 기회로 비축유 구입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정부는 주어진 예산내에서 원칙대로만 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정부는 예산 1768억원을 배정해 225만배럴을 구입할 계획이었으나 사상 유례없는 초고유가와 환율 폭등에 예정보다 81만배럴이나 줄어든 144만배럴을 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에 따라 2010년까지 1억4100만배럴을 비축키로 한 '제 3차 정부 비축계획' 달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말까지의 비축량은 1억1254만배럴로 올해 구입량 100만배럴을 제외할 경우 내년에만 무려 2746만배럴을 사야 한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금이 사상 최저 유가라고 하지만 또 2분기, 3분기가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연간 평균유가보다는 좀 싸게 사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유가 하락을 호기로 삼아 공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겠다는 정부 입장과는 너무나 배치된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오르는 추세로 갈 것"이라며 "현재 낮은 수준의 유가에서 선제적으로 비축유 구매 확대 등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이 석유 파동을 계기로 비축유 구입 목표를 조기달성한 것이나 중국이 최근 대규모로 비축유 구입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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