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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노동 "지불능력 무시한 최저임금 안돼"

연령별·지역별 차등 적용 관련, "10명 중 8명 이득이면 시행해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3일 "기업의 지불능력을 무시한 최저임금은 있을 수 없다"면서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과천청사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령별, 지역별 등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와 관련, "100명 중 1명을 위해 정책을 쓸 경우도 있겠지만, 10명 중 2명이 손해를 보고 8명이 이득을 본다면 그 정책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가구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에 대해선 국가가 장려금 형식으로 최저임금을 보전해주는 게 바람직하나, 경기악화에 고용불안마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불능력이 없는 영세기업에게까지 억지로 최저임금을 강요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지난해 최저임금에 지역별 차등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며,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해선 사용제한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기본 입장으로 한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다음은 이날 이 장관과의 질의응답 주요 내용.

-고용상황 악화가 심각한데 오늘 발표한 대책이 기대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해 개별연장급여 수령자가 230여명밖에 안 되고,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인상도 물가상승률을 보충하는 수준밖에 안 되는데.

▲작년과 지금 상황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작년엔 고용유지지원금이나 체불임금근로자 생계비 교부가 작년엔 예산보다 안 갔지만 지금은 모자라는 형편이다. 우리가 고용사정 악화에 따른 수요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 예산 집행 여력을 어느 정도 제고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가동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미흡하다고 지적한다면 어쩔 수 없다.

-최저임금제와 비정규직법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최저임금과 관련해선 기업에 지불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매우 심하다. 그러나 한계기업의 경우 근로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건 부당하고 소득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친다면 국가가 근로장려세제 등을 통해 보장해주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은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개선해나가겠다. 임금으로서의 최저임금이 아니라 근로자의 최저생계비 개념에서 국가가 이를 보장할 책무가 있다.

고령자의 최저임금 감액에 대해선 좀 지나친 비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한 통계자료를 보면 60세 이상 고령자 300만명 중 170만명은 최저임금 이하를 받더라도 일자리가 있으면 일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무조건 최저임금을 낮추자는 게 아니라 당사자와 합의가 되면 10% 정도 감액할 수 있지 않냐는 생각이다. 고령자에 대해선 현재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노사 간에 입장차가 있어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어떤 정책이든 찬성과 반대가 있기 마련이다. 100명 중 1명을 위해 정책을 쓸 경우도 있겠지만, 10명 중 2명이 손해를 보고 8명이 이득을 본다면 그 정책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최저임금 감액은 결코 저임금 근로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다. 대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의 숙식 제공 등 현물급여 포함 여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현물급여도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인정하되, 그 액수를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선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이 개정 법안을 낸 만큼 그것을 뒷받침할 생각이다.

비정규직법과 관련해선 정부 내에서도 여러 입장이 있었지만 사용제한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 당정 협의 결과, 한나라당에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해 현재 정부안을 당에 넘긴 상태다. 의원 입법으로 발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와 현재 수렴 중인 과정으로 알고, 또 각 사업장 등을 통해 정부안이 과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정부안이 존중받길 희망하지만, 당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그 진행 상황을 보고 있는 중이다.


-경제상황 악화에 따라 기금운용계획도 변경하겠다고 했는데, 고용보험기금은 작년에 8000억원 적자였고 올해는 1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아직 8조원가량의 적립금이 남아 있다. 기본적으로 고용보험기금은 국민연금과는 달리 경기 상황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다. 고용사정이 현 상태로만 지속된다면 향후 2년간은 현재 갖고 있는 기금만으로도 ‘커버’가 가능하다. 물론 그보다 악화된다면 국가 일반회계로부터 지원받을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은 계속 추진할 생각인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이 위기에서 살아남아 국제적으로 앞서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고 하는데 공룡은 살아남지 못했고, 포유류가 살아남았다. 환경에 적응할 때만 생존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결국 기업 구조나 고용 구조, 노동조합 등 모두가 다 유연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로 경직된 시스템이 많다. 그래서 원론적인 얘기로 기회에 국가의 체질, 경제의 체질, 노사관계 체질의 개선하자는 것이다. 어려울 때에 고통을 분담해야 서로 간에 신뢰가 생긴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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