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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인력시장으로 시작된 윤증현 장관의 일자리행보"

"언젠간 좋은 미래, 밝은 세상이 올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앞이 너무 캄캄하다. 보이는 게 있어야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을 텐데…." (일용직 근로자)

"지금은 힘들어도 내년엔 좋아질 거란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런 각오로 우리 모두 함께 참고 인내하고 견뎌나가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11일 오전 5시, 경기도 성남의 한 인력소개소 사무실.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경제위기 속에 직장을 잃고 건설ㆍ철거 공사일이든 식당 청소든 하루 '거리'를 찾아 모여든 한 집안의 가장들이다.

취임 이틀째를 맞은 윤증현 장관의 첫 행선지도 집무실이 있는 정부과천청사가 아니라 바로 이곳이었다.

이명박 정부 2년차 경제정책의 총괄책임자로서 '일자리 문제'야 말로 그 어느 것보다 풀어내기 힘든 숙제란 이유에설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4층 사무실까지 올라온 윤 장관의 표정은 자못 무거워보인다.

"하루에 몇 명이나 와요?" "주로 어떤 일을 해요?" "일당은 얼마나 받나요?"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요?"

윤 장관의 질문이 계속된다. 전날까지만 해도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던 그에게 이날 만큼은 '모든' 질문권이 주어졌다.

윤 장관은 하루하루가 힘겹고 답답하기만 하다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호소에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귀를 기울였다.

"돼지고기 한 근 사다가 김치찌개 끓여먹기도 힘들다"는 한 실직 가장의 복받친 설움엔 마치 자신의 일인 양 한동안 근심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용기를 잃지 말고 이 어려움을 함께 견뎌내자.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며 경기 회복의 최일선에 선 자신의 각오 또한 거듭 되새겼다.

"오늘 여러분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정부로선 빨리 추경을 편성하든가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여러분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위(정부)에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정작 우리 일상엔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뼈 있는 지적엔 "정부도 어떤 노력을 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 중이다"며 정부 정책에 신뢰를 보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미증유의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선 우리 사회 전체가 합심해 어려운 사람을 위한 '고통 분담'과 '나눔 문화 확산'에 힘써야 한다는 게 윤 장관의 기본 생각.

윤 장관은 "어려운 사람과 함께하는 경제정책을 통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인근 식당에서 지역 관계자들과 함께 동태찌개로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친 윤 장관은 성남~장호원 간 도로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광주시 오포읍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부가 경제위기에 대응해 추진 중인 재정사업 등 예산의 조기집행 정도를 점검키 위한 것이다.

현장 사무소에 도착한 윤 장관은 공사 진척 현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는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특히 그는 근로자들의 고용 상태, 외국인 근로자들과 국내 근로자들과의 근무 여건 편차 등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그는 '전체 60㎞ 구간 공사를 11년간에 진행한다'는 설명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예산의 조기 배정 및 집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 일정을 위해 다시 이동하기 전까지도 윤 장관 주변에선 고용 문제 해결과 경제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의가 잇따랐다.

윤 장관의 취임 후 첫 현장 행보가 시작된 지도 두 시간 여. 어둡기만 했던 하늘은 어느새 밝아오고 있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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