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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역풍 우려' 李대통령 조심 또 조심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자진사퇴로 용산참사 정국이 일단락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는 '조심 또 조심' 그 자체다.

법치주의 원칙 훼손을 지적하는 보수세력의 반발은 물론 검찰의 편파수사를 비판하는 진보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지층인 보수세력의 반발은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의 동력 약화로 이어질 소지가 작지 않고 진보진영의 공세 또한 여론의 지지를 얻을 경우 제2의 촛불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뜻밖의 악재, 3주간 고민의 연속=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용산 철거민 참사 발생 이후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신중 모드를 유지해왔다.

집권 2기 새출발을 알린 1.19 개각 바로 다음날 터진 예기치 않은 참사였기 때문. 사태 발생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도 김 내정자의 거취와 관련, 교체와 유임이라는 엇갈린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김 내정자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하는 야권 및 시민단체의 주장과 법질서 확립의 명문 아래 유임을 주장한 보수진영의 압박 속에서 고심해왔다. 한마디로 지난 20여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청와대의 공식입장은 그저 선(先) 진상규명 후(後) 거취결정이라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현 시점에서 용산참사를 복기해본다면 김 내정자의 사퇴는 불가피한 수순이다. 6명의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 참사에 대한 정치·도의적 책임이 불가피했기 때문. 하지만 이 대통령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다.

지난달 30일 SBS TV '대통령과의 대화'와 9일 라디오연설에서 법질서 원칙을 강조, 한때 유임론이 부상하기도 했지만 결국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로 상황이 정리됐다. 최종 결정까지는 무려 3주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보수세력 '법치주의 훼손'에 반발=이 대통령은 연초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경제살리기 속도전과 법질서 원칙을 강조해왔다.

특히 마이너스 성장과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 대규모 실업사태 등 악화되는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국정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집권 중반 이후 레임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때문에 용산참사 정국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경제살리기에 나서는 것이 시급했다. 하지만 보수, 진보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솔로몬의 해법은 쉽지 않았다.

용산참사에 대한 9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논리적으로 보면 김 내정자를 교체할 명분이 없다. 고민하던 이 대통령은 정국운영의 부담을 고려, 현실론을 택했다. 뒤집어보면 스스로 강조한 법치주의 원칙을 일부 훼손한 것.

보수세력은 이에 대해 강도높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조직 역시 내부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불교계와의 갈등 속에서 경질론이 거셌던 어청수 전 경찰청장 거취문제를 처리한 방식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최대 외곽조직인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이와 관련, "일관성 없는 정부는 실수하는 정부보다 더욱 불안하다"며 "기본적인 법질서는 온데간데 없고 경찰청장 사퇴를 논하는 것은 법치국가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역시 "자신감의 상실이며 국민들에게 떳떳치 못한 선택"이라며 " 얄팍한 정무적 판단으로 국정운영의 기본을 그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0일 '김 내정자가 현 정권에 필요한 인물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분명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김 내정자의 향후 중용이 예상되는 대목으로 보수세력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시민사회 반발도 여전=청와대는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 이후 국면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어두운 경제전망을 고려해 정치권이 쟁점법안 처리 등 초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의 반발은 여전하다. 9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불거진 편파시비 논란은 여진이 꽤 오래갈 전망이다. 오는 25일 취임 1주년을 앞둔 청와대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야권은 11일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국회 긴급 현안질의를 통해 맹공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오는 13일 이후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과 상임위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민주당 등 야권은 검찰의 편파수사를 지적하며 국정조사와 특검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용산정국의 불씨를 되살려 향후 제2차 입법전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국 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국민대책위)'는 역시 김 내정자의 법적 처벌과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등을 촉구하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의 반발이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이 대통령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된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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