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최종 종착점에 다다랐다.
검찰이 9일 용산참사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김 내정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어떻게 나올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형식 논리대로라면 교체할 이유가 없지만 김석기 카드를 안고 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큰 것.
지난 달 20일 설 연휴를 불과 며칠 앞두고 발생한 용산 철거민 참사는 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를 놓고 야권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김 내정자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왔다.
이에 청와대는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면서 조기 교체에 반대해왔다. 그동안 김 내정자의 거취를 둘러싼 청와대의 기류는 교체론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유임 의견이 적지 않았다.
특히 철거민들의 과격시위에 대한 일각의 비판론과 법질서 확립이라는 국정기조, 경찰의 사기저하 등 공직사회의 동요를 우려해 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흘러나온 것.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장고를 거듭하던 이 대통령도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따라 최종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김 내정자의 거취와 관련, 유임에 무게를 둔 발언을 수시로 해왔다.
우선 9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원인이 다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자를 사퇴시키느냐 마느냐는 그렇게 시급한 일은 결코 아니다"며 즉각적인 교체론을 일축했다.
또한 지난 6일 학술원 회원들과의 오찬에서도 "불편이 있을지 몰라도 일류국가를 위해 법질서와 윤리를 지키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며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이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SBS TV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에서 "내정철회를 할 때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검찰의 용산참사 수사결과가 경찰 지휘부의 법적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쪽으로 나오면 김석기 카드를 철회할 마땅한 명분도 없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가 자진사퇴를 통해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내정자의 유임을 강행할 경우 정국 급랭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장 2월 국회의 파행은 불 보듯 뻔하다. 일각에서는 실업대란과 구조조정 등의 여파에 따른 정부에 대한 반감까지 겹쳐 최악의 경우 제2의 촛불사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오는 25일 집권 1주년을 앞두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청와대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 참모진들은 8일 김석기 내정자의 자진사퇴 쪽으로 의견을 모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용산참사 이후 20일을 끌어온 김석기 거취 논란은 이르면 9일 오후 늦어도 10일 또는 11일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 형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제 모든 것은 이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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