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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뮤지컬, "이름값 믿어도 될까?"…관람료 사수작전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홍수처럼 쏟아지는 대형 뮤지컬 모두 믿을만 할까?"

'오리지널 팀이 내한했다' '외신의 극찬을 받았다' '무슨 상 후보로 올랐다' 등 저마다 내세우는 것은 많지만 사전 정보 없이 이름 값만 믿고 갔다가는 비싼 관람료만 버리기 십상이다.

극장을 찾기 전 각 뮤지컬들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돈주앙' 환상적 조명과 의상…"드라마는 약했다"

전설적인 바람둥이 돈 주앙의 삶을 그린 뮤지컬 '돈 주앙'은 환상적인 조명과 스페인 무희들의 화려한 의상이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5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돈 주앙'의 프레스 리허설에서는 주지훈, 강태을, 김다현 세 명의 '돈 주앙' 중 김다현이 참석해 하이라이트 공연을 선보였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예술적이고 섬세한 조명이다. 스페인 풍의 무대를 더욱 에로틱하고 몽환적으로 만들어낸 조명은 '돈 주앙'오리지널 팀의 조명 디자이너 악셀 모르젠탈러의 솜씨다. 130개 이상의 무빙 라이트를 사용해 바닥에 떨어지는 거센 빗방울까지 조명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플라멩코 댄서들의 아름답고 에로틱한 의상은 '의상제작비가 개런티를 웃도는 수준'이란 말을 증명해줬다. 스페인의 과거와 현대적인 스타일을 반영한 화려한 의상은 플라멩코 춤과 어울려 무희들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스페인 댄서들의 연기력 또한 대단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완벽한 호흡의 라틴댄서들은 극의 분위기를 한층 밀도있게 완성했다. 플라멩코의 경쾌한 발구름 소리를 더욱 완전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40cm 두께의 나무 재질의 견고하고 특별한 원형 무대가 제작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드라마적인 재미는 좀 싱겁다는 평가다. 대중적인 노래와 장면의 미학을 즐기는 관객에게는 만족할만한 무대지만 드라마적인 재미를 중요시하는 관객들에게는 좀 싱거울 수도 있다는 것.

연출은 '노트르담 드 파리'와 '돈 주앙'의 오리지널 공연을 맡았던 웨인 폭스 감독이 그대로 맡았고, 플라멩코 독무와 군무를 이끌며 돈 주앙을 사로잡았던 '프리마 돈나' 마리아 로페즈와 리카르도 로페즈 등 2006년 내한했던 오리지널 공연의 플라멩코 댄서들과 악단도 그대로 참여했다.



◇'자나, 돈트' 끼 넘치는 배우들…대사전달은 2% 부족

동성간의 사랑이 정상인 세상을 소재로 한 뮤지컬 '자나, 돈트'는 배우들의 끼와 아기자기한 무대연출이 돋보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대사와 어수선한 분위기는 극의 몰입을 방해해 아쉬움을 남겼다. 음악적인 요소, 무대의 아름다움 등이 아닌 스피디한 전개, 가벼운 웃음에 기댄 듯한 모습이다.

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자나, 돈트'의 프레스 리허설에서 주인공 자나 역의 김호영은 "관객들이 동성애란 소재를 갖고 있다고 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틀렸다고 하지말고 다르다고 인정해 주길 바란다. 선입견없이 보시면 상상했던 것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뮤지컬은 2003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초연시 동성간의 사랑이 정상인 세상을 소재로 해 화제를 모았다. 그 해 드라마데스크상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브로드웨이 닷컴 관객 어워즈'에서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성애와 동성애의 입장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 재기발랄한 유머가 장점인 '자나, 돈트'는 사랑의 대명사 큐피드를 극 속에 집어넣는 동화적 감성으로 '사랑 그 자체의 위대함'을 이야기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아쉬운 주연-빛났던 조연

'레딕스 십계' '노트르담 드 파리'와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힌다는 '로미오와 줄리엣'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이 지난달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솔직한 감상은 전반적으로 너무 심심하다는 것. 주인공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강렬한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널리 알려져 식상하기까지 한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뮤지컬의 옷을 입고도 몇 발짝 나아가지 못한 느낌이다.

조연들의 연기력과 뮤지컬 넘버들은 훌륭했지만 음악의 감동을 폭발시킬 종합적인 뮤지컬의 다양한 장치들은 부족했다.

극 초반 캐플렛가와 몬테규가의 대립과 증오를 보여주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단조로운 의상과 조명들은 이 뮤지컬이 내세우는 강렬함의 일부지만, 다양함과 유쾌함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순진한 음색은 둘이 앙상블을 이룰 때보다 각자 솔로로 노래할 때 더욱 돋보였으니, 둘의 절절한 사랑에 몰입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조연들의 연기에서는 관객들의 호응이 느껴졌다. 불우한 어린시절과 줄리엣에 대한 짝사랑으로 상처입은 티볼트(톰 로스)의 절규를 담은 곡 '내 탓이 아니야'(C'est Pas Ma Faute)와 줄리엣을 길러낸 유모가 줄리엣에 대한 애틋함을 담아 부른 노래 '그녀가 사랑에 빠졌네'(Et Volia Qu'elle Aime)가 바로 그것.

로미오의 '허당'스러운 사랑노래보다 티볼트의 숨겨진 짝사랑이 더욱 애절했으며, 줄리엣이 아무리 노래해도 느껴지지 않았던 로미오에 대한 사랑이 줄리엣의 유모(이다 고르동)가 연기하자 눈물이 날 듯 와닿았다.

특히 어릴때부터 줄리엣을 지켜 본 유모가 사랑에 빠진 줄리엣을 대견해하고 둘의 사랑을 축복해주며 부르는 노래 '그녀가 사랑에 빠졌네'(Et Volia Qu'elle Aime) 부분에서는 무대장치 하나없이도 연기자의 역량이 빛났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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