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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이석행 민노총 위원장 서한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9일 핵심 간부의 성폭력 파문과 관련, 구속 중인 이석행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9명이 전원 사퇴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위원장이 보낸 서한 전문.


피해자와 조합원, 국민들께 반인권적, 반사회적 성폭력범죄 발생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민주노총 중앙의 한 남성간부가 반인권적인 성폭력범죄를 자행하여 한 여성에게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모든 폭력을 반대하고 인권을 존중해야 할 간부가 이러한 반사회적인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피해자의 참담한 인권유린의 고통 앞에 죄인된 심정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성폭력은 피해자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피해가 매우 심각한 중대범죄입니다. 따라서 성폭력가해자는 사회적, 법적처벌을 받아야 하며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한 사회적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이번사건을 계기로 조직내 성폭력근절을 위한 사업이 그 어떤 사업보다도 우선되어야 하며 이후에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거듭 각인하는 바입니다. 더욱이 성폭력은 피해자가 정신적인 충격의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없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통계를 보더라도 성폭력범죄가 가지고 있는 폭력성은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있다는 점에서 강력 처벌되고 근절되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 지도부는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사죄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사퇴를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보다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하며,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를 막고 조직내 모든 성폭력이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총사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피해자에게 먼저 마음을 다 바쳐 사과를 드립니다. 또한 이번사건으로 충격과 실망, 분노하고 있을 국민과 조합원에게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우리가 비록 사퇴를 하더라도 앞으로 민주노총내에 이러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또한 우리가 이번사건을 처음 접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진정 나의 고통으로 여기고 처리하려고 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성찰하게 됩니다.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점은 우리가 평생 마음의 짐으로 안고 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2차가해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사실을 밝히고 당부하고자 합니다. 또한 민주노총 전체가 부도덕적인 조직으로 매도되어 80만조합원의 권위와 명예가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2차 가해를 한 당사자를 밝혀내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제안합니다.

민주노총은 이번사건을 처음 접수받아 처리하면서 피해자의 요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피해자에게 고통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고통과 상처로 괴로웠으면서도 또 다른 여성이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조직내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 그리고 이번 사건을 동의없이 유출시키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5일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번 성폭력범죄를 보도하면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노출시키는 등 2차 가해를 자행했습니다. 이에 격분한 피해자대리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총이 피해자 동의없이 사건을 언론에 노출시킨 것에 대해 2차 가해로 규정하고 그 책임을 물었습니다. 우리 지도부는 대리인들이 제기한 책임을 통감하며 총사퇴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2차 가해를 직접적으로 자행한 당사자를 가려내지 않으면, 익명성속에 숨어서, 취재원보호라는 보호막속에 숨어서 또다시 2차 가해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난 5일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보도직후 곧바로 조직내 조사를 실시하였는바, 중앙간부 모씨가 경향신문과 전화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을 휴대폰문자로 전달해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일보가 누구로부터 정보를 취득해서 보도했는지는 밝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며, 피해자대리인측에서 제기한 술자리에서 간부들이 술안주감으로 삼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민주노총 전체가 2차 가해자로 규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취재원을 밝혀줄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또한 2차 가해도 1차 가해 못지않게 피해자에게 새로운 고통을 가중시키는 바, 피해자 동의없이 이번사건을 유출시키고 피해자의 정보를 발설한 사람은 자발적으로 민주노총에 알려 주기바랍니다. 더 이상 민주노총의 권위와 명예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엄중히 말씀드립니다.

다음으로 피해자 대리인측에서 제기한 민주노총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고자합니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가 이번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피해자중심주의원칙에서 접근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공감하면서 처리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또한 피해자대리인이 느끼는 분노에 비해서도 우리의 분노가 적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면서 드리는 말씀이니 또 다른 오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먼저 위증을 강요했다는 피해자대리인의 비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민주노총이 범인도피와 관련하여 A씨에게 허위의 진술을 강요하고 범행 일체를 A씨 혼자 책임지라는 식의 부도덕한 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광우병 쇠고기 파업과 비정규직 투쟁을 이유로 한 공안기관의 부당한 탄압으로 수배중이던 이석행 위원장을 도와준 A씨가 범인도피로 수사를 받게 된 상황에서 가능한 A씨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였던 것이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 가운데 최종적인 결정은 당사자가 하도록 협의를 하였던 것입니다. 이례적으로 수배 중 관련자들에 대하여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관련자 및 A씨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없었던 것이며, 더 나아가 이를 “강요”하였다거나 A씨 혼자 책임지라는 식의 무책임한 행위를 한 사실은 없었다는 점을 밝힙니다. 그러나 관련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오해가 있을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이 또한 대리인측에 사과드립니다.

둘째, 사건처리가 늦어지면서 가해자를 옹호,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었다는 비판입니다.

이 사건을 민주노총 중앙이 인지한 시점은 12월 26일이며, 12월28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후 곧바로 진영옥 직무대행이 가해자를 해임시켰습니다. 그 후 피해자 측에서 민주노총내에서 사건의 진상조사와 가해자 징계를 요구하는 제소장을 1월 6일 문서로 접수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성희롱,폭언,폭행 금지 및 처벌 규정>에 의거 5명의 진상조사위원들을 선임하고, 1월 8일부터 곧바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 대리인 면담, 참고인 조사, 가해자 면접 조사까지 진상조사에 필요한 조사를 진행하고, 최종 진상조사위원들의 판단을 근거로 권고안을 작성하기까지 진상조사위원들이 겪은 당혹감과 분노,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너무나 아픈 과정이었음을 이 자리에서 밝힙니다.

최종 1월 15일 저녁 12시경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가해행위에 대한 서술, 공개범위 여부 등)을 전해 듣기 위해 피해자 대리인인 임태훈씨에게 파일을 메일로 보내드렸고, 다음날 임태훈씨가 의견을 조율중이라는 문자를 보내준 이후부터 피해자 대리인과 전혀 통화를 할 수 없어 1월 21일 또 다른 대리인인 김종웅 변호사에게 진조위 보고서 파일을 메일로 보내드리고, 의견을 구했습니다.

설날을 보내고 최종 1월 30일 김종웅 변호사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그리고 또 다르게 연락된 오창익 대리인과 전화통화를 통해 최종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민주노총 상집에 보고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1월30일 상집에 보고 되었으며 지난5일 중집보고를 통해 이번사건을 분명하게 처리하려고 하였습니다. 본의 아니게 사건처리가 늦어진 점은 인정하지만 결코 사건은 은폐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또한 진상조사위원회가 작성한 진상조사보고서는 피해자 대리인 이외에 어떤 경로로든 유출된 적이 없음을 밝힙니다. 1월 30일 상집에서 보고 된 내용은 보고서에 일련 번호를 매기고 전체 회수한 상황이며, 제소장 등을 포함한 이 사건 관련 문서는 사무실 내가 아닌 안전한 곳에 보관중임을 밝혀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동의도 없이 이번 사건이 언론에 유출된 책임에 대해서는 인정하며 거듭 피해자와 대리인 측에 사죄드리는 바입니다.

우리는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가해자는 물론, 민주노총 조직이 무엇을 반성하고, 성찰할 것인지 조직적 공유와 논의가 진행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책임과 동시에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조속히 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것은 저의 책임입니다.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민주노총을 사랑해 주십시요. 국민의 편에서 투쟁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짐은 제가 지고 갑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고맙습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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