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9일 핵심 간부의 성폭행 파문과 관련, 구속 중인 이석행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9명이 전원 사퇴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 위원장은 현재 수감 중일 뿐 아니라 성폭행 사건이 체포 뒤에 일어났기 때문에 총사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으나 지도부 전체가 책임지기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조합관계자는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지도부와 함께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노조 측에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6일 면담에서는 임원진 총사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이로써 민노총은 성폭행 사건이 폭로된지 4일 만에 지도부 9명 전원이 사퇴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진영옥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조합 사무실에서 가진 회견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사죄의 마음을 전달키 위해 지도부 총사퇴를 결정했다"면서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9명이 성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 부위원장은 "아무리 피해자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이해하려 노력해도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털어놨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위원장은 서한에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저의 책임입니다. 국민의 편에서 투쟁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 위원장은 성폭행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 "진상조사에 필요한 조사를 진행하고 최종 진상조사위원들의 판단을 근거로 권고안을 작성하기까지 진상조사위원들이 겪은 당혹감과 분노,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너무나 아픈 과정이었다"며 "본의 아니게 사건처리가 늦어진 점은 인정하지만 결코 사건은 은폐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가해자는 물론 민주노총 조직이 무엇을 반성하고 성찰할 것인지 조직적 공유와 논의가 진행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다"며 "동시에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조속히 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이번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지 하루 만인 지난 6일 내부 강경파로 분류되는 허영구 부위원장 등 5명이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이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총사퇴를 거듭 요구해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중앙집행위원회의를 열어 연말 선거전까지 노조를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조합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사퇴한 건 지난 1998년 정리해고 법제화 등을 골자로 한 노사정위원회 합의안 부결과 2002년 발전파업에 대한 노정 합의안에 대한 책임, 20005년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 등으로 지도부가 물러난데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