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파문으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9일 총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은폐 시도 논란, 강경파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가 불러올 노사대립, 비난 여론 확산 등 파문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임원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안건을 제출하고 지도부 총사퇴 입장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민노총 지도부의 총사퇴는 1995년 출범 이래 4번째다.
민노총 관계자들 조차 이번 성폭행 파문으로 '민노총의 이름을 걸고 노동운동을 하기 부끄러울 정도'라고 털어놓을 만큼 지위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상 지도부 전체가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마땅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석행 위원장은 총사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현재 수감 중일 뿐 아니라 성폭행 사건이 체포 뒤에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민노총이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소속 조합원인 전교조 집행부의 사건 은폐 시도 의혹이 제기되는 한편, 비난 여론도 확산되고 있어 사건이 일단락 짓는데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전교조가 그동안 성폭력 문제에 대응했던 것과 달리 사건 발생 이후 침묵만 지키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면서 사건 은폐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이에 전교조는 본부 차원에서 성폭행 미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이미 불똥은 번졌다.
민노총도 진상조사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사건 의혹과 관련 전면 재조사에 들어가는 등 진상 규명에 나서고 있으나 민노총 홈페이지에는 하루 300건이 넘는 비난들이 쏟아질 정도로 네티즌들의 비난은 극에 달한 상태다.
'노동운동은 죽었다' '지도부 사퇴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민노총은 해체되야 한다' '섹스노총' 등 강도 높은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향후 민심을 추스리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피해자 서명 등을 이유로 연기됐던 가해자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장 제출이 오늘 이뤄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번 파문이 법정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강경파 중심으로 꾸려지게 될 비대위가 연말에 열릴 차기 위원장 선거 때까지 집행부 역할을 맡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근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노동계 현안을 놓고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노·정관계 악화는 불가피 하다.
또 의사를 내비쳤던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참여도 사실상 어렵게 되면서 본분을 망각한 단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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