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갈등에 노사민정 참여 여부 입장 엇갈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도력 공백의 영향이 커지면서 자칫 내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핵심간부의 여성 조합원 성폭행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정부의 노사민정 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여부를 놓고 진영옥 수석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의 발언과 민주노총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
6일 민주노총과 피해자측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해 12월 초 민주노총 간부 K씨가 이석행 위원장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동료 여성 조합원이 성폭행을 하려 했다는 제보가 최근 접수돼 조사를 벌인 결과 사실로 확인돼 K씨를 보직해임 조치했다.
피해 여성은 다른 조합원의 부탁을 받고 당시 경찰 수배로 도피 중이던 이 위원장에게 자신의 아파트를 은신처로 제공해 준 민주노총 산하 조직의 조합원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해임과 동시에 K씨의 해당 사업장 노조에도 제명을 권고했으며,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민주노총 차원에서 제명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 여성은 알려진 바와 달리 사태를 은폐하기 위해 민주노총측이 자신에게 수차례 압박을 가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피해 여성의 대리인인 김종웅 변호사는 지난 5일 오후 인권실천시민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여 “가해자인 간부 K씨를 6일 검찰에 형사 고소하고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면서 “민주노총 고위간부들이 피해자에게 ‘사건이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고 압박을 가하는 등 2차 가해를 해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민주노총 간부들은 이 위원장이 체포된 뒤 범인도피 혐의로 경찰 소환 조사가 예정된 피해 여성에게 위원장의 도피 과정과 은신처 제공 경위 등에 대해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생과 처리과정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최소한의 양식도 없고 민주노조운동을 진행할 도덕적 근거마저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기자회견 직후 발표한 해명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 범인도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상황에서 피해자측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폭행 문제가 불거진 이날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진영옥 민주노총 진영옥 수석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이 이날 한 언론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까지 한 차례도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만나지 못했다”면서 “이 장관이 민주노총을 찾아와 대화를 나눈다면 노사민정 대책회의에 참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언론사의 보도가 나간 후 진 위원장은 해당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우문순 대변인도 “기자가 오해를 했다”면서 “이는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이를 부인했다.
연이은 사태의 여파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단체 사무실에서 오후 2시부터 10시간 가량에 걸쳐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사태 수습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자정께 휴회를 선언했다.
회의에서는 사태 수습 방안으로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책임한 사퇴”라는 반대 입장이 대립됐던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6일 오전 8시 임원회의를 열어 수습 방안에 대한 지도부의 의견을 모은 뒤 오전 10시에 중앙집행위 회의를 재개해 최종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의 구속으로 지도부 공백 사태에 놓인 민주노총은 연이은 사태로 인한 갈등이 첨예화 하고 있다. 지도부의 조직 장악력이 크게 악화된데다가 도덕성까지 흠집을 입은 민주노총이 산적한 현안을 타게 할 추진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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