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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항의에 '상품권 주며 쉬쉬'...은행의 非行

'10년 전 송금기록' 놓고 은행-고객 법적 논쟁
고객 항의하자, 시중A은행 15만원 상품권 주고 돌려보내

 
# 1998년 시중 A은행과 거래를 했던 함정훈씨(서울 독산동). 그는 제작년 통장을 정리하다 '연지급'이라고 찍힌 내용이 의아해 은행에 문의했다. 은행 측은 연지급이 송금(계좌이체)이라고 알려줬고, 함씨는 '어디로 송금됐는지'를 물어봤으나 은행측은 알 수 없다는 답변을 제시했다.

전표의 보존기간인 5년이 경과해 폐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함씨는 2007년부터 이같은 내용을 이의제기했고, A은행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하지만 A은행은 15만원에 달하는 상품권을 주고 함씨를 달래 돌려보냈다.

이후 함씨는 보존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이체금액 1460만원을 환불해 줄 것을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법원에서는 함씨의 돈이 모두 인출된 것으로 보이고 예금채권의 상사시효인 5년이 지난 이후 사건을 청구했다며 이를 기각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A은행은 고객의 송금, 이체 내역을 5년간 보존하고 폐기처리하면서 고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 은행은 상법에 의거 전표를 5년간 보존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법 제33조 제1항에서도 '상인은 10년간 상업장부와 영업에 대한 중요서류를 보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단서조항이 신설돼 '전표 서류는 이를 5년간 보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결제원의 타행환공동망업무규약 시행세칙 제10조에 따르면 은행들은 타행환 내용을 기록해 증빙서류로 보관해야 하며 그 보존기간을 10년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요한 법적 소송사건 발생시 감사원이나 국세청에서 자료를 요청할 때 전산기록이 없다면 문제 해결에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타 시중은행들은 전표를 폐기했다고 하더라도 전산상의 백업데이터를 통해 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계좌개설시점부터 평생 보관하고 있다.
 
시중 B은행 한 관계자는 "전표는 폐기하더라도 전산기록은 거의 평생 보관하고 있다"며 "검찰이나 국세청 등의 요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20년전 기록도 찾아서 볼 수 있도록 돼 있는게 일반적이다. 심지어 해지된 계좌의 거래내역도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A은행이 이 기록을 5년밖에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은행의 경우 2005년 C은행을 합병하면서 IT시스템 전산통합이 말썽을 빚었다. 통합전산시스템 구축 후 인터넷 장애만 네 차례 발생했고, 2007년말에는 전국의 모든 ATM기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함씨는 10년 전 거래장부 기록에 대해 2007년부터 수차례 싸움을 지속해 오면서 법적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법원에서는 함씨의 돈이 모두 인출된 것으로 보이고 예금채권의 상사시효인 5년이 지난 이후에 사건을 청구했다며 함씨의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함씨는 계속 억울하다며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함씨는 A은행 본점에 찾아가 큰 소리로 돈을 환불해 줄 것을 요구했고, 항의에 지친 A은행은 15만원의 상품권을 함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함정훈 씨는 "A은행 본점에 거칠게 항의했더니 15만원 상품권을 주며 돌아가라고 했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더니 50만원이나 받았다면서 왜 민원을 하려고 하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A은행 측은 "함씨가 실제 잘못된 지급거래가 있었다면 매 거래시마다 확인이 가능할 것인데 9년이 지난 시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특히 함씨의 원고채권은 이미 시효가 소멸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입장은 다르다.
 
감사원 관계자는 "법적 보관기간안의 전산기록이 없다고 한것은 일부러 증거를 인멸하려는 경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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