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120선대 후퇴..환율 연이틀 뜀박질
유럽발 2차 금융위기에 따른 우려가 고조되면서 오바마 잔칫날이 볼썽 사납게 됐다.
20일 국내 금융시장도 유럽발 2차 금융위기설에 주가는 빠지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온종일 요동쳤다.
전날 강세를 보였던 채권시장마저 약세로 돌아서면서 사흘만에 재차 주가·원화값·채권값이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약세를 기록했다.
올 들어 이같은 트리플약세 현상은 벌써 다섯번째.
◆코스피, 다시 1200대로
증시가 사흘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그간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설레임과, 국내 새 경제팀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연일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경기침체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감이 또다시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1136.16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3.84포인트(-2.07%) 내린 1126.81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고가와 저가는 각각 1136.48포인트와 1115.07포인트.
개인이 189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21억원과 1624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물 3000억원 가량 출회되며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 차익 2780억원 비차익 219억원 등 전체적으로 3000억원이 쏟아졌다.
업종별로는 건설업(0.50%)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의료정밀(-6.46%), 금융업(-3.44%), 운수장비(-2.80%) 등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전일대비 1만1000원(-2.32%) 내린 46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한 가운데 POSCO(-1.25%), 현대중공업(-3.73%), KB금융(-5.34%) 등의 하락세도 눈에 띄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한가 6종목을 비롯해 214종목이 상승했고 하한가 8종목 포함 608종목이 내렸다.
코스닥 지수는 힘겹게 회복한 360선을 무너뜨리며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지수는 전일대비 4.94포인트(-1.36%) 내린 358.19로 거래를 마감했다. 상한가 18종목 포함 248종목이 상승했고 하한가 18종목 포함 693종목이 하락했다.
◆환율, 다시 1400원을 향해..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앞두고 1370원대에서 장을 마쳤다. 전일 유럽발 글로벌 금융 불안의 그림자가 외환시장에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을 잔뜩 긴장시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전일대비 12.0원 오른 137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2.5원 오른 1375.0원에 개장해서 증시가 급락하면서 1380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
1370원대 초반에서는 결제업체와 은행권이 사고 1370원대 후반으로 오르면 다시 1380원대 상단을 인식한 은행권 매물이 나오는 등 1370원대에 갇힌 줄다리기가 있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원ㆍ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업체 네고가 나올줄 알았는데 대형업체 중심 매물이 아직 안나오고 있어 위쪽을 못막는 형국"이라면서 "1400원선 경계감이 아직 있는 만큼 1380원선이 뚫리면 다음 증시 전망에 따라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환시장에서 유일하게 믿고 있는 것은 오바마 취임 축하 뿐"이라면서 "그러나 딜러들이 롱 포지션(보유)을 갖고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어 아직 1400원선이 살아있다고 해도 지속적인 상승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구조조정 후폭풍 우려..국채선물 '급락'
국채선물은 장막판 정부의 구조조정안 발표로 급락세로 장을 마쳤다. 구조조정 후폭풍에 대한 우려와 국고채의 절대금리가 너무 낮다는 인식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서울 채권선물시장에서 3년물 국채선물은 20틱 하락한 112.10으로 마감했다. 20일 이동평균선인 112.14도 결국 무너졌다.
이날 국채선물은 별 재료 없이 전일 마감 직전 급등에 따른 매물 출회로 약세를 연출했다. 하지만 4분기 GDP와 월말경제지표에 기댄 매수세가 유입되고 외국인까지 순매수세로 전환하면서 말 그대로 시소장세 모습을 보였다.
오후 2시경 정부와 은행의 건설ㆍ조선사 구조조정 안이 발표되면서 국채선물은 급락세로 돌아서 이날 최저가인 111.93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국고채3년물은 이날 3.48%로 전날대비 0.06% 금리가 올랐다(채권가 하락) 회사채3년물(AA-) 역시 전날보다 4bp 오른 7.29로 마감했다. CD91일물은 사흘째 가격변동없이 2.97%를 지속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4분기 GDP와 월말경제지표에 기댄 매수세가 유입되었으나 어제 반등에 대한 조정과 국고채 절대금리에 대한 부담 그리고 건설사 구조조정안 발표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우려로 장이 밀렸다"며 "하지만 방향성이 불투명한 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딜러는 "구조조정안이 발표돼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이에 따른 시장의 후속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탑 기자 hang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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