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절차 없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피해자에게 국가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20일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이모씨(55)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만 불법입원기간으로 인정한 원심을 뒤집고 "입원한 모든 기간을 불법으로 인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 본원 합의부(2심)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원 측이 보호자 동의없이 이씨를 강제입원시킨 뒤 72시간이 지나서야 관할 구청의 동의를 받았고, 나중에 옮겨진 다른 병원에서도 6개월 내에 입원 치료의 필요성 여부를 진단하고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는 등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심은 불법입원기간을 132일만 인정했지만 이씨가 처음 입원한 2000년 11월22일로부터 응급입원이 허용되는 72시간이 흐른 11월25일에서 퇴원일인 2002년 8월1일까지 총 615일의 기간이 모두 정신보건법에 정한 절차를 위반한 불법입원기간에 해당하므로 피해기간을 다시 산정할 필요가 있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00년 11월 술에 취해 길가에 쓰러져 있다 경남 양산의 한 병원에 옮겨져 알코올 의존성 증후군 등의 진단을 받고 병원 2곳에서 2년 가까이 강제 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퇴원하고 싶다고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처음 입원한 A병원장과 두 번째 입원한 B병원장, 보호의무자인 관할 구청장 모두 동의를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던 사이 불법입원기간이 길어지자 퇴원 후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처음 입원한 17일과 6개월이 흘러 적법요건을 갖출 때까지 115일의 불법기간에 해당하는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김선환 기자 sh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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