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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세대교체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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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맞아 곳곳에서 인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정부는 권력기관장 교체에 이어 일부 부처의 개각도 하였습니다. 일부 장관에 이어 차관들의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습니다. 보다 강력한 친정체제 구축과 집권 2년차의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인사라고들 말합니다. 느슨해진 국정 운영에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걸면서 향후 국정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주력했다는 여권의 평가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코드인사’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재계에도 인사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삼성의 올 사장단 인사 화두는 ‘세대교체를 통한 새 삼성시대 구축’이었습니다. 일단 60세 이상의 사장들은 용퇴했습니다. 삼성은 과거에도 60살이 넘은 CEO들은 일선에서 퇴진하였으나 최근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과 ‘안기부 X파일’ 사건, 비자금 조성 폭로사건 등 삼성 수뇌부들이 관련된 대형 사건이 잇따라 터져 사장단의 대폭적인 인사를 단행하지 못해 왔습니다. 일부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삼성의 이번 인사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맞물려 젊고 참신한 인재를 대거 발탁함으로써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이 남아 있기는 하나, 특검 등으로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그룹을 이끌 지도부를 교체함으로써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겠다는 것입니다. 50대의 부사장군이 대거 전면에 배치됐습니다.


삼성뿐이 아닙니다. SK그룹도 지난해 말 인사에서 주력 계열사의 CEO들을 대거 바꾸면서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고령층으로 분류되는 경영진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보다 젊은 임원들을 발탁했습니다. 올해 50대에 들어서는 최태원 회장의 입지 확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그룹 경영에 회장의 컬러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입니다.

거대 정보통신그룹인 KT도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최근 새 사장 취임과 함께 현장의 젊은 인사를 발탁하는 과감한 세대교체를 꾀했습니다. 공기업 성격의 기업이 가지고 있던 지역과 학교 등을 고려해 안배하는 인사를 탈피하고 능력과 참신함을 갖춘 신세대 임원을 중용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과감한 변신과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세대교체의 변화는 정치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내일 취임하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있습니다.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40대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으로 국내 정치권에도 40대 정치인을 중심으로 차세대 기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1970년대 초 ‘40대 기수론’으로 이어졌던 흐름과 같이 정치권에 세대교체 움직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미동이지만 현 정부의 리더십이 다시 훼손된다면 급속히 번질 것으로 정치학자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나이가 많고 기득권층으로 인식되는 보수진영에서도 세대교체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수 세력은 윗세대들이 만든 토대를 사용해 자기 계발에 소홀하고 미래의 변화에 대한 대응도 수동적이라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인적 구성원의 변화를 논하는 것은 윗세대들에 대한 불손이자 부정으로 받아들여져 일종의 금기로 여기고 있는 보수진영도 젊은이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새로운 추진력과 변화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인적 하향변화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진보진영 역시 자성과 세대교체의 반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총선 이후 번번이 선거에 패배하면서도 새로운 구심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기존의 386세대가 10년 넘게 장기적으로 자리를 독점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진보진영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한번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면 서로가 자리 돌리기에 급급할 뿐 자유로운 경쟁마저 봉쇄되어 있습니다. 진보진영도 기득권에 안주하는 퇴행권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물론 정치권이든 경제계이든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경륜과 포용이 필요합니다. 나이로 선을 긋고 늙은이는 안 된다는 식의 발상은 결코 발전적이지 못합니다. 기업에서 나이가 됐든, 남녀가 됐든, 지역이 됐든, 종교가 됐든 차별적 요소는 추방되어야 합니다. 세대교체론은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글로벌 사고를 가진 인재를 발굴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때 뜻이 있는 것이지 단지 오래 근무했다는 것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일부 원로들을 내몰기 위한 방책으로 세대교체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는데 이는 특히 경계해야 할 대목입니다. 흔히 말하는 ‘젊은 피’를 수혈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원로들의 식견이나 경륜이 아쉬운 때입니다. 정치적 철학이나 신념도 정립되지 않은 채 일부 계파의 전략과 집단적 이익을 위해 작위적인 변화가 행해진다면 이는 발전이 아니라 퇴보가 됩니다.


우리 사회나 경제도 그렇듯 인적 구성의 변화도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행해져야 합니다. 최근 기업이나 정치권의 인사를 보면서 못내 아쉬움이 큽니다. 위기를 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여기고 싶으나 세대교체의 미명 아래 인사가 남발된다면 조직의 역량도 훼손될 수 있습니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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