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어부 산티아고는 수년 전 아내를 잃었습니다. 그 후 그는 멕시코 만에서 조각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했습니다. 그는 무려 84일 동안 고기 한 마리를 잡지 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어부로서의 운이 다했다는 조롱을 받습니다. 한동안 고기잡이를 나갔던 소년마저 부모의 명령으로 다른 배를 타게 됩니다. 그러나 노인과 소년은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서로를 북돋우며 지냅니다.
노인은 소년의 배를 받아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엄청나게 큰 고기를 낚습니다. 그러나 낚싯 줄에 걸린 고기가 계속 발버둥치는 바람에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까지 끌려 나가게 됩니다. 며칠 밤낮을 뜬 눈으로 고기와 대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은 안간힘을 다해 싸워 마침내 고기를 죽입니다. 그 고기를 끌어올려 배 옆에 붙들어 매고 귀갓길에 오릅니다.
항구로 돌아오는 도중 노인은 죽은 고기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에게 습격을 당합니다. 탈진할 정도로 지친 노인은 불굴의 의지로 상어 떼를 물리칩니다. 그러나 항구로 돌아올 즈음 고기는 뼈만 남게 됩니다.
항구에 도착한 노인은 자신의 오두막으로 가 쓰러지듯 잠이 듭니다. 이튿날 아침 사람들은 노인의 배에 달린 고기의 뼈를 보고 그 크기를 짐작하며 감탄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소년은 잠이 든 노인 곁에 머물며 그를 보살핍니다. 노인이 잠에서 깨자 소년은 이것저것 노인을 챙겨주며 다음에는 함께 바다에 나가자고 말합니다.(“liber_book” naver 개인블러그에서 인용>
헤밍웨이가 쓴 소설 ‘노인과 바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이 소설은 인간이 괴로워하고 죽도록 운명지워진 세계가 아니라 용기를 가지고 싸울 때는 반드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세계라는 것을 그리고 있습니다.
상어 떼와 끝까지 싸우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마지막까지 체념하지 않고 어려운 현실과 맞서 싸우는 에너지,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뼈만 남은 고기를 끌고 돌아오면서 절망하거나 후회하지 않는 노인을 보면서 오늘의 현실을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저는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면서 그 소설이 갖는 문학적 의미보다는 노인의 강인함과 그를 돕는 소년을 생각했습니다.
요즈음? TV를 보면, 참 별난 노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소개됩니다.?노년하면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보통 떠올리는데 젊은 사람을 능가하는 노년의 파워에 참 별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노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노인들은 점점 더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
의학의 발달로 ?몸도 마음도 젊고, 고정관념보다는?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는 분들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저의 아버지 연세는 94세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건강검진을 한 의사가 깜짝 놀랄 정도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그 비결은 젊은 정신연령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94세니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합니다.
자신의 건강 기준을 항시?최상의 컨디션이었을 때를 기준으로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 나이가 94세이니?그럴 만도 하지’라는 생각을 절대로?하지 않습니다. 때론 몸이 불편해도 걱정보다는 정상이었을 때의 컨디션을 떠올리며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활동적인?노년층이?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40세가 넘으니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거나, 50세가 넘으니 컨디션이?예전같지 않다는 분들 또한?많습니다. 조금만 이상한 느낌이 오면 그것을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나이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 아닐까요?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엘렌 랭거 박사가 노인 그룹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내용은 이렇습니다.
<70~85세의 남성 노인들을 모아? 외부와는 단절된 공간에?20년 전에 유행했던 가구와 의상과 음악 등 추억 속의 환경을? 제공해 줬습니다. 먹는 음식? 또한?20년 전과 동일한 것으로 제공했습다.
그리고 같은 조건의 또 다른 그룹의 노인들에게는?현재의 환경에서 지내게 하면서?생각만 20년 전의 상황을 상상하도록 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20년 전과 똑같은 환경으로 돌아가 생활했던 사람들은 민첩성, 시력, 기억력 등?눈에 띄게 신체 상태가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실험 전, 후의 사진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비교했더니 모든 참가자의 얼굴이 대체로 3년 정도 젊어보였다고 합니다.
계단을? 엉금엉금 기던 노인들도?그들이 젊은 시절 추던 댄스곡이 나오면?무릎의 통증을 잊은 채?덩실덩실 춤을 추고, 허리까지 꼿꼿해 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나이는?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노쇠해져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가 이렇게 큽니다.
고령화 사회는 이렇게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노년층이 많아지는 세상입니다. 오늘은 요즘 유행하는 '생각하는 대로 되고' 라는 ‘되고송’을 부르며 상어 떼에게 습격당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고기만을 끌고 오더라도 좌절보다는 희망을, 무기력보다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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