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슈마 바스와니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블룸버그
무역이 무기인 시대가 됐다. 미국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관세 장벽을 올리고, 중국이 이웃 나라들을 경제적으로 협박하는 것 모두 일상이 됐다. 이대로 가면 국제 규칙에 기반한 무역 체제는 사라진다. 오직 힘의 원리만 작용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강압적인 전술에 제대로 대응하고 싶다면,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이 국가들과 힘을 합쳐 행동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행보를 보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 때 얼마나 쉽게 무역 통제 카드를 이용하는지 알 수 있다. 지난 24일 중국은 일본의 재무장과 핵에 대한 야욕을 막겠다며 일본 기업 20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수십곳을 더 엄격하게 감시하기 시작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에 했던 발언이 발단이었다. 당시 사나에 총리는 중국이 본인들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대만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일본에도 실질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행태는 아시아 동맹국들의 사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정책을 수시로 바꾸고 있어 중국에 대항하는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전선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비상 권한법을 동원해 부과했던 광범위한 글로벌 관세에 대해 권한 남용이라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써서 10% 관세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
'중국의 무역 무기화: 집단적 회복력을 통한 저항'의 저자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꽉 쥐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진단한다. 차 교수는 공동 저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엘렌 김 국장, 앤디 임과 함께 지난 30년 동안 중국이 아시아, 유럽, 북미 정부나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경제적 강압 사례를 600건 넘게 책에 기록했다. 차 교수는 "수십 년 동안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무역 관계를 반복적으로 이용해 왔다"며 "각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결국 중국에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방의 정책 입안자들은 오랫동안 중국이 부유해지면 더 자유로워지고, 그 변화가 베이징의 정치 체제도 바꿀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 경제에 깊숙이 들어오고 오히려 세계 경제 구조를 자국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 수출 규제 사례나 코로나19 진상 조사를 요구했던 호주에 수년간 부과한 보복성 무역 장벽 등 중국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독점적 시장 지위를 지렛대로 사용해 왔다. 호주와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압박은 줄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양국 관계는 중국 정부가 자신들이 정한 원칙(레드라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에 맞서려면 하나의 통일된 전선이 필요하다. 빅터 차 교수와 공동 저자들은 "중국의 무역 보복 대상이 된 국가들도 중국이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핵심 물자들을 공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의 리튬 원료인 스포듀민이나 일본의 정밀 기계, 전자 부품, 로봇 같은 첨단 제조 품목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집단적 회복력(Collective Resilience)'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 방위 조약 제5조처럼 나토 멤버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전체가 공격받은 걸로 여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한 회원국을 압박하면, 다른 회원국들이 힘을 합쳐 중국이 꼭 필요로하는 전략적 품목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이미 남중국해나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중국에 대항한 경험이 있다. 다음 단계는 경제적으로 똑같이 대응해서 중국 정부가 협박하기 전에 심사숙고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강력한 대응 전략에는 한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빅터 차와 그의 공동 저자들도 자신들이 제안한 '경제적 집단 방위'라는 강력한 무기가 중국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닐 수 있는 점을 인정한다. 중국 외에도 국제 무역의 보편적인 규칙을 어기는 국가라면 언제든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만약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워 관세 폭탄을 휘두르는 지금의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면 동맹국들 사이에서 점차 설득력을 잃을 것이다. 미국 스스로는 예외로 두면서 남의 잘못만 나무라는 식의 이중잣대로는 결코 중국의 강압에 맞서는 결속력을 확보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일본의 과거 행보를 따르는 것이다. 일본은 G7 국가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부당한 수입 금지 조치와 이중적 수출 통제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경고하며 여론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일본이나 호주, 한국과 같은 아시아의 핵심 파트너들이 아무리 협력하기 위해 노력해도 이들만으로는 중국에 대항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가장 절실한 것은 전 세계 무역 질서를 다잡아줄 미국의 강력한 리더십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런 리더십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끔찍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무역을 무기로 전 세계를 향해 휘두르는 '갑질'이 숨 쉬듯 당연한 일상이 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산산조각이 나고, 나머지 국가들은 파편화된 경제의 잔해를 힘겹게 주워 담으며 연명해야 한다. 이런 혼란의 대가는 고스란히 미국에 되돌아올 것이다. 미국민은 이전보다 훨씬 가난해진 삶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카리슈마 바스와니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Want to Counter China? Stop Tariffing Your Friend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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