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주요 산유귝 연결 요충지 막혀
중동국가 정유시설도 잇단 공격
전쟁 장기화땐 100달러 넘길 듯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란이 원유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소식이 영향을 끼쳤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한 유조선이 오만 무산담 반도 인근에서 피격돼 연기를 내뿜고 있다. 해당 선박의 갑판 모양, 도색, 표지판 등을 대조한 결과 '스카이라이트(Skylight)' 호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오만 해상보안센터는 스카이라이트호가 지난 1일 오만 무산담에서 약 9㎞ 떨어진 곳에서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지난달 28일 오만 해안 인근에 있었다. 무산담(오만)=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4.21달러(6.28%) 급등한 배럴당 71.23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4.87달러(6.68%) 뛴 배럴당 77.74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상황에서 이란 정권이 원유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유가가 급등했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IRGC 사령관의 보좌관인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을 통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을 오만만과 아라비아해로 연결하는 요충지다. 세계 일일 원유 소비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클레르(Kple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출량의 3분의 1이 해당 해협을 통과했다.
또한 이란이 다른 중동국가들의 발전소와 정유시설 등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잇달아 공격하고 있다는 부분도 유가 급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사우디 아람코의 라스 타누라 정제 설비와 카타르 에너지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설비가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의 가격이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단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85달러로 제시했다. 시티그룹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위험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의 '차질'로 인해 이번주 브렌트유가 80~90달러 사이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장기화가 나타나면 배럴당 100달러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교통량이 3~4주간 급감할 경우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여야 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20달러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양 병목지점"이라며 "만약 이 해협을 통한 모든 운송에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 지장이 발생한다면 글로벌 유가에 막대한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럴 경우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틀 전만 해도 이란 정권은 오만만에 11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오늘 그들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은 수십년간 오만만에서 국제 해운을 괴롭히고 공격해왔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덧붙였다. 오만만은 이란 남부 연안에 위치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맞닿은 전략적 해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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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가 될 경우 1970년대 아랍의 석유 금수 조치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ST 마퀴의 에너지 리서치 총괄인 사울 카보닉(Saul Kavonic)은 CNBC에 "1970년대 아랍 석유 금수조치와 이란 혁명보다 세 배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유가를 세 자릿수로 끌어올리고 LNG 가격이 2022년의 사상 최고치를 다시 시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특파원=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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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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