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포토카드로 팬심 공략
아이돌 '앨범깡'과 닮은 마케팅
가격 인상·과소비 유도 우려도
직장인 A씨는 최근 좋아하는 유튜버 '궤도'의 신간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고 같은 책을 21권이나 구매했다. 책과 함께 증정되는 한정판 랜덤 포토카드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A씨는 "원하는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책을 사려다 보니 수십권을 구매했다"며 "남은 책은 주변에 나눠주거나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팬덤의 전유물이었던 이른바 '앨범깡(포토카드나 팬 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해 앨범을 대량 구매하는 것)' 문화가 출판계에 번지고 있다. 독서 인구 감소로 불황에 직면한 출판사들이 생존을 위해 팬덤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3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출판사의 매출액은 2022년 5조1081억원에서 2024년 4조891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급격히 줄어드는 독서율과 연관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2015년 67.4%에서 2023년 43.0%로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매출 견인을 위해 아이돌 산업의 수익 모델인 '팬덤'을 활용하고 있다. 출판사 영진닷컴은 EBS 교양 프로그램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리즈를 출간하면서 과학 유튜버 '궤도', 이집트 고고학자 곽민수 소장(애굽민수) 등과 협업해 책 구매 시 포토카드를 증정했다. 과거 출판계 굿즈가 모든 구매자에게 동일한 상품을 주는 방식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포토카드 5종 중 1종 랜덤 증정' 등 무작위 방식을 채택해 여러 번의 구매를 유도하는 구조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출판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10·20대 여성이 있다. 이들은 아이돌 덕질 문화에 익숙한 동시에 책을 유행처럼 소비하고 과시하는 '텍스트힙(Text-Hip)'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일례로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 중 문학 비중은 37.5%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문학 부문 1위를 차지한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10대(6.3%)와 20대(4.6%) 독자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인기 인플루언서나 작가의 랜덤 굿즈가 포함된 경우 일반 도서보다 초기 판매 속도가 빠르다"며 "출판사 입장에서는 확실한 매출이 보장되는 팬덤 마케팅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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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가격 거품과 자원 낭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굿즈 제작비 등이 포함되면서 책 구매 가격이 오르거나 포토카드만 챙긴 채 버려지는 도서 폐기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랜덤 포토카드 마케팅은 과잉 소비를 조장하고 도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독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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