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일 비상대응반 회의
요동치는 국제유가에 실물경제 전이 가능성 예의주시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지자 정부가 연일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란이 보복 카드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유가와 환율 동시 급등과 이에 따른 물가, 수출, 성장 등 실물경제로의 전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상호관세 무효화에 따른 통상 불확실성 속 분쟁 장기화와 확전이 오일쇼크로 이어지는 경우의 수도 고민하는 상황에 몰렸다.
정부는 3일 오전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관계부처 합동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 불안이 실물경제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재경부를 중심으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하고 중동 현지 상황과 국내외 금융시장, 에너지·수출·해운·항공·공급망 등 실물경제 영향을 매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부는 이상징후 발생 시 관계기관 간 공조 하에 '10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으로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고,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에 편승한 가짜뉴스 유포 등 불공정 행위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하기로 했다. 이 차관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관계기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양상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상황이 진정세를 보일 때까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매일 개최해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산업 관련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들도 일제히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산업부는 상황 발생 당일인 지난달 28일 즉시 산업자원안보실장을 단장으로 소관 부서 등이 참여하는 '긴급대책반'을 가동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황 전개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가 급등이 국내 휘발유·가스요금 등 국민 체감 물가에 과도하게 전이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날 오후 본사와 화상회의를 통해 최고경영자(CEO)와 전 경영진, 관련 부서장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회의에서는 전날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 주관 에너지 상황 점검회의의 결과를 공유하고, 한전 해외사업 현장 대응 상황과 전력수급 영향 및 대응 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인한 파장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이란 정권교체를 목표로 이스라엘과 합동 공격을 지속하며 전쟁의 종결 시점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태의 향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단기적으로 국제유가 급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첫 기습 공격 단행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2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6.7% 상승 마감했다. 장중 한때 13% 넘게 급등하며 배럴당 82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초과 공급 국면에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한 공급 차질이 크게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가 현실화돼 오일쇼크급 위기가 닥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그 파장이 원자재, 채권금리, 경제성장률에까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장기화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으로 뛰고, 글로벌 물가를 0.6~0.7%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란이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거나 주변국 정유시설을 타격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의 수입선으로, 전 세계 원유의 약 20%, 해상원유의 약 40%가 이곳을 거친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모두 불태우겠다'는 경고를 내보내고 글로벌 선사들이 잇따라 운항을 포기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정상 운송노선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충분한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협이 봉쇄될 경우에 대비해 중동 이외의 물량 확보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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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상호관세 무효화 등으로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리스크 최소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 위험이 확대돼 경기 부양 요인에 제동이 걸리면서 2%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재정확장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물가 관리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 전반으로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환율과 유가 변동성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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