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동우기자
정부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을 앞두고 원·하청 교섭절차 매뉴얼을 확정·발표했다. 법 시행 이후 현장 혼선을 최소화하고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교섭창구 단일화 적용 방식과 교섭단위 설정 기준 등을 구체화한 것이 핵심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브리핑을 열고 개정 노동조합법의 현장 안착을 위한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공개했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3월 10일부터 시행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첫걸음 실천 선언식'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25.12.8 강진형 기자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매뉴얼의 핵심은 교섭과 관련 '누구와 이야기할지 정하고→ 대표를 뽑아→ 조건을 놓고 협상'하는 과정에 있다. 즉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과의 교섭을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게 골자다.
메뉴얼에 따르면 첫 단계는 교섭 상대의 확인이다. 하청노동자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실제 영향력을 미치는 원청이 있다면, 해당 원청도 사용자로 보고 교섭 대상에 포함된다. 일을 맡긴 회사가 근로조건에 관여할 경우 함께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는 범위와 관련해 정부는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 행사 여부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계약 구조만이 아니라 임금·작업방식·근로시간 등에 대한 지휘·통제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자성을 판단한다.
다음으로 함께 대화할 그룹을 정해야 한다. 같은 조건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은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교섭단위를 만든다. 다만 하는 일이나 임금체계가 크게 다르면 서로 다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한 번에 협상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업무 내용과 공정이 현저히 다른 경우 ▲임금체계·근로시간 등 핵심 근로조건이 구조적으로 다른 경우 ▲사용자의 인사·노무 관리 체계가 분리된 경우 ▲사업장 또는 작업장 물리적 분리가 교섭 운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하다. 김 장관은 "이번 개정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주체가 책임 있는 대화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교섭에 나설 대표를 정해야 한다. 개정 노조법에 따르면 같은 교섭단위 안에 여러 노동조합이 있으면, 구성원이 가장 많은 노조가 대표가 되어 사용자와 공식 협상을 진행한다. 여러 노조가 스스로 하나로 합의해 대표를 정할 수도 있다. 대표가 정해지면 본격적인 조건 협상 단계로 넘어가는 데 임금, 근로시간, 작업환경 등 실제 근로조건을 놓고 원청 또는 사용자 측과 대화를 진행한다. 이 과정은 일반적인 단체교섭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만약 교섭단위를 나눌지, 대표를 누구로 할지 등에서 다툼이 생기면 중앙노동위원회가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노동부는 이를 '교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중재 장치'라고 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과 해석지침 마련에 이어 이번 매뉴얼까지 발표함으로써 법 시행 전 준비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입장이다. 노동법 전문가와 노사 의견을 수렴해 제도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교섭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제도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그간 현장에서 제기돼 온 법 적용 기준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절차와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며 "정부는 시행 이후에도 노사 간 분쟁이 제도 미비에서 비롯되지 않도록 행정적 지원과 제도 보완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정 노동조합법의 성공 여부는 제도 자체보다 현장의 실천에 달려 있다"며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책임 있는 자세로 교섭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