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당신 옆에도 있다'…고위험군 1만6000명, 수많은 '살려달라' 신호[보이지 않는 아이들]③

상담 건수 4년 새 1.6배 ‘폭증’
위기관리위원회 통계 정기 수집 안해
지방 학교 절반은 상담 공백

지난해 초·중·고 내에서 발견된 '자살위험군' 학생만 1만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전문상담교사의 배치율은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 공교육의 시스템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전문상담인력(상담교사+상담사) 배치율은 전년 대비 0.1%p 증가한 61.0%에 그쳤다. 학생들의 정서적 위기 징후는 폭발하고 있지만 학교 상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 간 격차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각했다. 서울의 배치율은 74.3%로 비교적 높았지만 전북(42.6%), 전남(51.3%), 경북(52.7%), 충남(53.1%), 강원(55.0%) 등은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기관의 2차 조치가 필수적인 자살위험군 학생은 총 1만6080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관심군(6만8921명)까지 합치면 약 8만5000명의 학생이 정신건강의 적신호를 켜고 등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반 학교급별 자살위험군 비율은 1~2%대인 반면 특수학교 학생의 자살위험군 비율은 6.7%에 달했다. 이는 전체 평균(1.0%)의 6배를 웃도는 수치로 장애 학생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위험 신호는 단순한 검사 수치를 넘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 Wee클래스(학교 상담실) 상담 건수는 2024년 368만26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231만건)과 비교해 4년 새 약 1.6배 폭증한 수치다. 하루 평균 1만 건 이상의 상담이 학교 현장에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자해나 자살을 시도해 학교가 긴급하게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자해·자살 시도 학생과 관련 위기관리위원회 개최 건수는 2024년 1~8월 경기 939건, 서울 427건, 전남 393건, 전북 363건, 경북 350건 등이었다. 위기관리위원회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교장, 상담교사, 보건교사 등이 모여 대응책을 논의하는 기구다. 이 수치만큼의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이미 구체적인 행동으로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뜻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퇴를 선택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이 위급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육부는 위기관리위원회 개최 현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수합·관리하는 자료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자주, 어떤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현실에선 과거하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국가에서는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모든 걸 다 줄이는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위기관리위원회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등 통계를 잘 활용하면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관리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부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사회부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사회부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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