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부자들마저 '못 버틴다' 한달만에 '급반전'…환율·자산 불안에 퍼진 '경기 비관'

부유층 경기 전망 한 달 새 30p 급락
고환율·글로벌 불확실성이 심리 압박

국내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다고 평가받아온 고소득·자산 보유 계층의 경기 인식이 한 달 만에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급등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겹치며 상위 계층마저 비관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위 계층의 심리 위축이 소비·투자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한 백화점 쇼윈도우에 옷이 진열돼 있는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본문과 무관함.

상위 계층까지 번진 '경기 비관'…한 달 새 전망 '급반전'

4일 한국갤럽의 경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 수준 '상·중상' 계층의 경기 전망 순지수(낙관 응답 비율에서 비관 응답 비율을 뺀 값)는 마이너스(-)16을 기록했다. 전월의 14에서 한 달 만에 30포인트 급락한 수치로, 전 계층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경기 낙관론이 우세하던 흐름이 단기간에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특히 생활 수준 '상' 계층의 낙관 응답 비율은 31%로, 중(30%), 하(29%) 계층과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반면 비관 응답은 47%로 가장 높아, 중·하 계층보다 약 10%포인트 많았다. 경기 인식 측면에서 상위 계층이 더 이상 '예외 지대'가 아니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고환율 충격에 흔들린 '심리 방어선'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의 배경으로 자산 가치와 금융 환경에 대한 불안을 지목한다. 금융자산과 해외자산 비중이 높은 계층일수록 환율 변동과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연말 이후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심리 악화를 촉발한 핵심 변수로 꼽힌다. 최근 환율은 외환위기 당시 연평균 수준을 웃도는 구간까지 오르며, 체감 불안을 크게 키웠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관련 자산에 대한 기대 조정과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경계 심리까지 겹치면서, 자산시장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위 계층 위축, 내수 회복 발목 우려

전문가들은 상위 계층의 심리 변화가 갖는 파급력을 특히 경계한다. 중·저소득층이 이미 체력 한계에 가까운 상황에서,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마저 지갑을 닫을 경우 내수 회복의 동력은 크게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정책 측면에서는 환율 변동성 완화와 함께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정책 신호를 통해 불확실성을 낮추는 노력이 병행돼야 심리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슈&트렌드팀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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