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상반기 오카도 협업 물류센터 개관
AI·로봇 등 첨단 시설…신선식품 배송 본격화
그룹 근간 부산 포함 영남권 고객층 겨냥
유동성 위기설 불식, 재무안정화도 방점
롯데지주·호텔롯데 등 신종자본증권 발행
롯데가 새해 그룹의 근간이자 상징적인 부산을 거점으로 유통 명가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약 1조원을 투자하는 온라인 그로서리(식료품) 사업을 본격 가동하며 영남권을 중심으로 쿠팡에 필적하는 배송 경쟁력을 확보해 전국 단위로 이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인공지능(AI) 내재화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겨냥하는 역점 사업이 될 전망이다. 그룹 전반을 둘러싸고 반복되는 유동성 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해 재무구조 안정화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온라인 식료품 시장 본격 참전…유통 명가 사수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부산에 짓는 최첨단 물류센터가 올해 상반기 내 가동될 예정이다. 부산 강서구에 문을 여는 물류센터의 정식 명칭은 '부산 고객풀필먼트센터(CFC)'로 부산 지역 최초의 온라인 그로서리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다. 2000억원을 투입하는 이 시설은 연면적 4만2000㎡(약 1만2705평) 규모로 AI와 로봇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바둑판 형태의 격자형 레일 '하이브(hive)'를 활용해 4만5000여종의 상품을 보관하고, AI를 통해 수요예측과 재고 관리를 한다. 식료품 피킹과 패킹, 배송 노선을 고려한 배차 등의 작업은 모두 자동화로 이뤄진다. 부산과 창원, 김해 등 영남권 230여만세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선 식품을 비롯한 품목을 하루 3만건 이상 배송할 수 있다.
롯데는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육성하고 오프라인 채널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2024년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내 e그로서리 사업단을 롯데마트·슈퍼로 이관했다. 쿠팡을 포함한 다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신선식품 카테고리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에는 오카도와 협업해 만든 식료품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롯데마트 제타'를 출시하며 식료품 배송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 등이 활성화돼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고, 후발 주자들이 경쟁하기에는 다소 불리한 면이 있다"며 "롯데가 타깃으로 하는 영남권은 온라인 그로서리가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고, 프로야구단을 비롯해 지역민들과 유대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성과를 내기 좋은 조건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황 악화에 물류센터 건립과 e그로서리 사업 이관 등의 비용이 전가된 롯데마트·슈퍼의 실적 개선도 부산 CFC 운영 성과에 달려있다. 지난해 3분기 롯데마트·슈퍼의 국내 매출액은 1조303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5.1% 줄어든 71억원에 그쳤다. 앞서 롯데쇼핑 측은 부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전국에 6개 CFC를 건립하고, 2032년 온라인 식료품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신 회장은 부산 CFC 기공 당시 "전국에 6개 CFC를 건립해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동성 위기 불식…'재무 체력' 강화
2024년부터 매년 불거지는 유동성 위기설을 불식하기 위해 그룹사 차원의 재무구조 관리에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호텔롯데가 지난달 24일 1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앞서 같은 해 10월 채무 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13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금리 3%)을 발행한 지 두 달 만에 조달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 가운데 8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나머지 1000억원은 채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롯데지주도 같은 달 총 27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 중 20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750억원은 채무 상환 자금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롯데지주는 해당 자금을 활용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호텔롯데도 약 2144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인수해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만기가 30년이거나 영구적으로 설정돼 사실상 원금 상환 압박이 없는 영구채 성격을 띤다. 발행사가 이자 지급을 유예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며, 일반 회사채나 CP와 마찬가지로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부채로 잡히지 않아 재무지표 관리에 유리하다. 다만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고, 일정 시점 이후 가산금리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스텝업 구조를 갖춰 장기 보유 시 이자 부담은 커진다.
앞서 롯데지주는 2024년 3월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후 현재까지 총 네 차례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 9월에는 1년 전 발행했던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차환하기 위해 재발행했다. 올해 들어 신종자본증권을 두 차례 발행하며 자금 조달 전략의 무게중심을 자본성 채권으로 옮기는 모습이다. 롯데건설도 지난해 11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7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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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재무 안정성 확보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롯데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산업의 성장세가 더딘 상황에서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계열사별로 상황에 맞게 자본 사정을 고려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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