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보 걸으세요? 인지 기능 저하 늦추는 '5000보'

5000보 걷기로 조기 알츠하이머 인지 저하 7년 늦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5000보 정도의 가벼운 걷기만으로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인지 저하 속도가 7년까지 늦춰졌다.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라는 단백질이 쌓이면서 시작된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30대부터 뇌세포 사이에 쌓이기 시작해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이후 타우 단백질이 엉겨 뇌세포를 손상한다.

19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300명에 가까운 중·장·노년층을 최장 14년에 걸쳐 추적 관찰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 12월호에 발표했다.

연구 대상은 관찰 시작 시점에 인지 기능이 정상인 50~90세 296명으로, 추적 관찰 기간 중앙값은 9.2년이다. 연구팀은 착용형 만보계를 사용해 이들의 하루 평균 걸음 수를 측정했고, 정기적으로 뇌 영상 검사와 인지 평가를 실시했다.

분석 결과, 하루 3000보 미만으로 걷는 그룹보다 3000~5000보를 걷는 그룹은 타우 단백질 축적이 약 20%, 인지 저하 속도가 약 40% 느렸으며, 5000~7000보를 걷는 그룹에서는 이 효과가 각각 약 30%와 50%까지 증가했다. 다만 75000보 이상부터는 효과가 더 늘어나지 않는 '평탄화 구간'이 나타났다.

7,500보 이상을 걷는 '많은 활동' 그룹은 5,000~7,500보를 걷는 그룹에 비해 인지 점수가 더 높거나, 인지 장애가 늦게 오지 않았다. 인지 기능 측면에선 7,500보 이상 걷는다고 해서 추가 이득은 없는 것이다.

연구팀은 많은 신체 활동이 '타우' 축적을 막아 인지 기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타우란 신경세포 안에서 물질을 나르는 '미세소관'을 안정화해주는 단백질로, 이것이 미세소관에서 떨어져 나와 신경섬유 다발을 형성하면 신경세포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연구팀은 신체 활동과 인지 저하 간 연관성의 84%가 타우 축적 감소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걷기 운동은 단순한 다리 운동이 아니다. 뇌로 가는 혈류를 늘려 산소와 영양 공급을 돕고, 노폐물 배출을 촉진한다. 이 과정에서 뇌 속 신경세포 연결망이 활성화되고,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위축도 늦춰진다.

특히 걷기는 스트레스 해소와 수면의 질 개선에도 효과가 있어, '뇌 피로'를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꼽힌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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