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기자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 설계와 생산을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조선소 곳곳에 흩어져 있던 설계·생산 정보를 하나로 묶어, 설계 변경이 곧바로 현장 공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4일 글로벌 디지털 솔루션 기업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Siemens Digital Industries Software)'를 '선박 설계-생산 일관화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6년부터 플랫폼 상세 개발에 들어가 2028년 HD, HD현대삼호 등 국내 조선소에 우선 적용한 뒤, 해외 사업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조선소에서는 선박 3D 설계를 위한 캐드(CAD), 제품 생애주기 관리(PLM), 디지털 제조(DM) 등 다양한 시스템이 각각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설계와 생산 시스템 간 연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설계 변경이 발생하면 생산 시스템에 다시 입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보 누락이나 해석 차이로 인한 오류가 반복돼 왔다. 공정 간 데이터 단절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통합 플랫폼은 이 같은 단절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설계와 생산 정보를 하나의 3D 데이터로 관리해 설계 변경 사항이 생산 계획과 작업 공정에 자동 반영되도록 하는 구조다. 블록 조립, 용접 조건, 배관·전장 정보까지 통합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설계 정확도와 생산 계획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사람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던 공정 관리 영역을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고 알렸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조선소와 선박을 3D로 구현한 디지털 환경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가상 환경에서 생성한 합성 데이터를 활용해 강화학습을 진행하고, 이를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비정형 작업이 많은 조선 현장의 특성을 감안해 단순 자동화보다는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 구현을 염두에 둔 접근으로 풀이된다.
통합 플랫폼은 HD현대가 2030년 완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미래형 조선소 전략 'FOS(Future of Shipyard)'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HD현대 조선 계열사들은 2021년부터 FOS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으며, 2023년 12월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마무리했다. 현재는 설계·생산·운영 데이터를 연결해 예측과 최적화가 가능한 조선소 구현을 목표로 한 2단계에 해당한다. 장기적으로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설계와 생산을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하는 것이 디지털 조선소의 기반"이라며 "현장 업무수행 방식의 비효율을 줄이고,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