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크기업 CDS 거래량 9월 대비 90% 급증…디폴트 우려 반영

빅테크 AI 투자 자금 채권시장 조달 급증
연초와 달리 최근 투자 관련 부채 증가
투자자들 위험 헤지 위해 CDS 거래 늘려

미국에서 최근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발생 시 보상금을 지급하는 상품 거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투자가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호하기 위해 헤지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중앙예탁청산기관(DTCC)은 미국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량이 9월 초 대비 90% 급증했다고 밝혔다. CDS는 채권 투자자가 발행자의 부도에 대비하는 금융 파생상품이다.

FT는 CDS 거래량이 급증한 것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이 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관련 채권 발행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위해 대규모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데, 수익 실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주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 이후 두드러졌다. 오라클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장 마감 직후 실적 발표에서 지난 분기 매출이 160억6000만달러였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 162억1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수치다. 다음날 오라클 주가는 10.83% 폭락했다.

특히 브로드컴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지난 분기 실적과 이번 분기 전망을 제시했음에도 주가가 11% 이상 폭락하는 등 전형적인 '패닉 셀' 현상을 보였다.

CDS 거래량 증가는 오라클과 코어위브에서 두드러졌다. 최근 투자자들이 AI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의 재무상황을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수요와 연계해 분석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 모두 데이터센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부채를 조달하고 있어서다.

나다니엘 로젠바움 JP모건 투자등급 신용전략가는 "이번 분기에는 특히 미국 전역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을 중심으로 개별 기업 CDS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메타 CDS가 10월 AI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3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후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점도 한몫했다. 올해 초 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과 견실한 수익을 통해 AI 투자자금을 조달했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높은 미국기업에 대한 CDS 수요는 미미했다.

CDS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비용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시장을 활용하면서부터다. 메타, 아마존, 알파벳, 오라클은 올가을 AI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총 880억달러를 모금했다. JP모건은 투자 등급 기업들이 2030년까지 1조5000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브리 쿠라나 웰링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개별 종목 CDS가 주목받고 있다"며 "은행과 사모펀드들이 개별 기업에 대해 훨씬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이런 위험을 완화하고자 투자 자산에 대한 보험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부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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