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정기자
한국거래소가 15일부터 두 달간 주식 거래 수수료를 인하한다. 거래소가 수수료 인하에 나선 것은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와의 경쟁 때문으로, 이번 수수료 인하가 향후 두 거래소의 본격적인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내년 2월13일까지 두 달간 주식 거래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인하한다. 이에 따라 현행 0.0023%인 단일 수수료를 대체거래소와 동일한 차등요율로 변경해 지정가주문(메이커) 0.00134%, 시장가격주문(테이커) 0.00182%가 적용된다. 이는 넥스트레이드와 동일한 수준으로 기존 대비 20~40% 낮아진다.
거래소의 수수료 인하는 넥스트레이드의 가파른 성장 때문이다. 올해 3월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10월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 13조3158억원으로 한국거래소의 약 49.4%를 차지했다. 8월에는 절반을 넘어서기도 하는 등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가파른 성장은 거래소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거래 수수료 수익은 9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이에 결국 거래소는 수수료 인하라는 칼을 빼들었다. 일단 두 달간 인하하지만 한 달 정도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수수료 인하를 상황에 따라 연장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거래소의 수수료 인하는 3개월 이내의 경우 자체 결정이 가능하다. 3개월을 넘어설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거래소는 이번 수수료 인하를 통해 수수료가 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이나 기관의 경우 80~90%가 거래소 지정으로 유입되고 있고 개인의 경우 40% 정도가 지정으로 유입, 60%는 최선집행에 따른 유입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이번 수수료 인하를 통해 수수료가 투자자의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가 시장에 안착한 만큼 이제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넥스트레이드처럼 거래시간 연장도 추진 중이다. 정 이사장은 "올해 증시 활황으로 수수료 수입이 많이는 안 줄었지만 ATS가 시장 안착 수준 넘어 나름의 역할 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거래소도 ATS와 동등한 환경하에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두 거래소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본격적으로 수수료 인하에 나설 경우 치킨 게임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거래소가 수수료를 낮추면 그에 따른 수익 감소도 적지 않은 만큼 수수료 영구 인하 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