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 대통령이 통일교와 더불어민주당 간 유착 의혹에 대해 관련 수사를 엄정하게 하라고 지시한 이후 하루 만이다. 이재명 정부 현직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11일 오후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전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는 재단은 해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전날에는 통일교와 민주당 간 유착 의혹에 대해 "여야 관계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조사와 검증에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황당하고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고 일축하면서도 "해수부가 흔들려서는 안 되고, 이재명 정부에도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허위 사실에 기반한 의혹이지만 업무에 흔들림이 없도록 제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온당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거취 결단 배경을 설명했다. 전 장관은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불법적인 금품 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수사 절차든, 또는 여러 자료를 종합한 설명이든 국민 앞에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통일교 측 고위 인사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즈음 전재수 의원에게 현금 약 4000만원과 고가 시계 2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지원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수부 부산 이전에 따른 부산시장 탈환을 꾀했던 민주당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 가운데 3선을 노리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접전을 벌일 수 있는 인사인 전 장관의 출마가 불투명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책 추진 이력과 인지도에서 전 장관과 같은 무게감 있는 후보도 마땅치 않다.
전 장관이 통일교 유착 의혹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의혹이 빠르게 정리될 경우, 책임을 진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정치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부산시장 선거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질문에 "'이것(전 장관 의혹)은 무고다' '사실이 아니다'는 것이 밝혀지면 오히려 전 장관은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