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70세 생일을 맞아 가족 여행을 떠났던 한 영국 여성이 온수욕조를 이용한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시설물의 관리 부실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픽사베이
영국 일간 더선 등 외신은 2020년 2월7일 폴렛 크룩스(70)가 딸들을 포함한 가족 10명과 함께 와이트섬의 태프넬 팜 휴가용 코티지를 방문했다가 온수욕조를 이용한 후 숨진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여행을 마치고 귀가한 크룩스는 어지러움과 구토 등 전신 증상을 호소했고, 같은 달 16일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환자실 치료 끝에 레지오넬라증 진단을 받은 그는 상태가 악화하며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유도 혼수상태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3월8일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겪은 뒤 사망했다.
유족은 온수욕조의 위생 관리가 부실해 감염이 발생했다며 시설 측의 책임을 주장했다. 도착 당일부터 크룩스의 가족은 숙소 내 온수욕조를 여러 번 이용했고, 딸들은 "욕조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고 물빛이 점차 탁해지며 녹색을 띠기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관리자는 "문제가 있었다면 보고했을 것"이라며 매일 점검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족은 "숙박 기간 단 한 번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후 환경보건팀의 현장 조사에서 해당 욕조에서는 명확한 양성 반응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같은 부지의 다른 욕조에서 수질 불량 지표가 발견됐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결국 기소 불가 결론을 내렸다. 검시관은 배심원단에 "감염이 현장에서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레지오넬라증은 오염된 수증기나 물방울을 흡입했을 때 감염되는 급성 폐렴이다. 특히 온수욕조, 샤워기 등 따뜻한 물이 고이는 환경에서 균이 잘 번식한다. 잠복기는 보통 2~10일이며, 초반에는 미열·권태감·근육통처럼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해 고열·오한·기침, 호흡곤란, 흉통을 동반한 폐렴 등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각국의 보건당국은 정기적인 소독, 고온 유지, 물 정체 방지 등이 레지오넬라증 예방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특히 스파와 온수욕조는 구조적으로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