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시간 일하고 월 400만원'…서울 카페 1만개 '자영업자 한숨'

NYT, 한국 카페 시장 조명
"과열 경쟁 탓 창업·폐업 반복"

한국의 카페 창업 열기가 과잉 경쟁과 낮은 수익성으로 이어지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최근 '한국이 안고 있는 카페 문제(South Korea Has a Coffee Shop Problem)'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치열한 경쟁에 놓인 국내 카페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조명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입주해 있는 국내 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들. 왼쪽부터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하나 건너 더벤티커피. 허영한 기자

커피 수요 많은 한국…'나도 해볼까' 카페 창업 이어져

NYT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장수씨의 사례를 들었다. 고씨가 카페를 열었던 2016년만 해도 주변 다른 카페는 2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일대 카페가 50곳이 넘으면서 손님이 줄어들었다. 이에 고씨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는 절대 카페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의 커피 문화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인스턴트 커피를 중심으로 대중화됐다. 1990년대 말 스타벅스 진출 이후 아메리카노가 대표 음료로 자리 잡았고,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국민 음료가 됐다. 현재 전국의 카페 수는 약 8만개로, 서울에만 1만개가 넘는다. NYT는 한국인들의 커피 선호도가 높은 만큼 이를 기회로 여겨 카페를 창업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페는 단순한 커피 판매 공간을 넘어 사회적 공간 역할을 한다. NYT는 "작은 주거 환경 속에서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기 어려운 현실 탓에 카페는 연인·친구·학생·개인이 시간을 보내는 제3의 장소로 기능해왔다"며 "초기 창업 비용이 낮고 자격증이 필요 없다는 점도 카페 창업 선호를 높였다"고 짚었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의 소비문화는 새로 생긴 매장 앞 대기 줄을 만들며 창업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고 부연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 대로 상가 일층이 폐업해 텅비어 있다. 강진형 기자

"일은 고되고 수익 낮아" 자영업자 한탄

그러나 실제 창업한 이들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고씨는 "사람들은 카페 앞에 늘어선 줄을 보고 장사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은 고되고 수익은 낮다"고 말했다. 카페 창업 컨설턴트인 최선욱씨 역시 많은 예비 창업자가 운영 경험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페 사장 상당수가 하루 13시간 이상 일하고 월 397만~500만원 수준의 이익을 얻는 데 그친다고 했다. 임대 계약이 끝나는 1~2년 차에 폐업이 집중되는 이유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단순히 커피 맛만으로 승부하기도 어려워졌다. 서울 대학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장은석씨는 사장이 마케팅, 인테리어, 메뉴 개발 등 유행을 따라가기 위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SNS 경쟁 속에 매장 인테리어가 메뉴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고, 비슷한 인테리어의 카페가 범람하기도 했다.

장씨는 지난 10년 동안 일한 7곳 중 5곳이 이미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때때로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며 "바리스타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카페 창업을 만류하는 유튜브 콘텐츠도 늘었다.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권성준씨도 자신의 카페 실패 경험을 공개하며 창업을 말렸다.

그럼에도 창업 성공에 기대감을 가진 이들이 계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고씨는 "카페는 부자가 되는 곳이 아니다"라며 "그냥 커피를 마시는 공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슈&트렌드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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