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다연기자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4일 구속됐다. 지난 7월 출범한 이명현 채상병 특별검사팀의 첫 피의자 신병확보다. 그러나 함께 영장이 청구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피의자 6명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되면서 향후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08.11 윤동주 기자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진규 전 해병대 11포병대대장에 대해선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현황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 내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1일 임 전 사단장과 최 전 대대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사단장에게는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상급 부대장으로,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는 해병대 수사단 초동 조사에서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이후 혐의자에서 제외됐는데,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구명 로비 의혹도 받는다. 반면 임 전 사단장 측은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의무를 다할 책임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다만, 이날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 전 국방부 장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3.10.23 윤동주 기자
앞서 이명현 채상병 특별검사팀은 지난 20일 채상병 순직 당시 국방 업무를 총괄하며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가 경찰에 이첩되지 않도록 개입한 혐의 등 6개 혐의로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보직 해임과 항명 수사, 국방부 조사본부로의 사건 이관, 조사본부에 대한 결과 축소 압력 등 일련의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2023년 7월 31일부터 경찰에 이첩된 사건 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한 8월 2일 사이 이 전 장관이 이첩 보류·회수 지시를 시작으로 사건 전반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박 전 보좌관 등은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경찰로의 사건 이첩이나 회수, 박정훈 대령 항명 수사 등에 관여한 인사들이다.
핵심 피의자 중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신병만 확보한 특검팀은 향후 모든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장관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특검팀의 수사력에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조사받으라는 특검팀 요구에 '변호인 재판 일정'을 이유로 불응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윤 전 대통령 측에 다시 출석을 통보할 예정이지만 이날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