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기자
노루페인트의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를 두고 페인트 업계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수성 페인트를 납품하기로 한 업계의 협약을 노루페인트가 어겼다는 주장이다. 노루페인트는 반발했으나, 신뢰도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10일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제조사인 KCC·삼화페인트공업·강남제비스코·조광페인트·엑솔타코팅스템즈·PPG코리아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노루페인트의 ‘워터칼라플러스’ 제품을 전량 회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터칼라플러스는 지난해 3월 노루페인트가 출시한 자동차 보수용 베이스코트(차량 보수 시 마지막에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 칠하는 페인트)다. 출시 당시 노루페인트는 워터칼라플러스를 수용성 페인트라고 홍보했다.
앞서 환경부는 2022년 8월 수성 페인트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유성 페인트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노루페인트를 포함한 9개 페인트 제조사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여름철 오존 발생의 원인이 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함유한 자동차 보수용 유성 도료를 VOCs 함유량이 낮은 수성도료로 전환해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협약 이후에도 업계에서는 노루페인트가 협약을 어기고 편법으로 유성 페인트를 유통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됐다. 페인트는 현장에서 사용되기 전 수지, 조색제, 희석제 등을 배합한다. 수성 페인트로 불리기 위해서는 배합물 역시 수성이어야 한다. 업계는 노루페인트가 수성페인트라고 출시한 제품이 수성 배합물이 아닌 유성 배합물을 섞어야 하도록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워터칼라플러스의 수용성 여부 확인 실험을 의뢰한 결과 수성 배합물을 섞었을 경우 페인트의 색상 편차가 13.7을 기록했다. 반면 유성 배합물과 섞었을 경우 색상 편차가 0.5를 나타냈다. 유성 배합물을 섞었을 경우 색상 재현성이 더 뛰어난 것이다.
또 해당 페인트의 색상 편차가 0.5일 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함량은 리터당 766g(g/L)을 기록했다. 이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하는 기준(200g/L)의 3.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는 노루페인트가 법과 협약 모두를 어겼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노루페인트 편법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시장은 약 1600억원 규모로 현재 KCC와 노루페인트가 양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협약 이후 각 업체는 해당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수성 페인트 개발을 위한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공업사 등 현장에서는 수성 페인트보다는 유성 페인트를 여전히 선호하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유성 페인트는 수성 페인트보다 저렴하고, 건조가 빠른 장점이 있다. 또 유성 페인트는 구매시 대리점에서 조색해서 제공하지만, 수성 페인트는 도장하는 업체가 직접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업계에서는 노루페인트가 이 점을 노려 협약 이후에도 편법으로 유성 페인트를 납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경쟁 업체 진입을 막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는 것이다.
이런 업계의 비판에 노루페인트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환경부에서 실험했던 동일한 조건으로 페인트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자체 검사를 실시해, 제품에 문제가 없음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노루페인트 측은 색상 편차가 발생한 점에 대해 "내부 검사 결과 색차값은 정상 수치이며 환경부 실험 결과에 오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정상적인 제품에 대한 결과를 확인하지도 않고 제품 회수 요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루페인트는 자동차 보수용 대리점에서 공업용 도료를 유통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업용 도료 공급을 원하는 대리점에 단계별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