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시멘트업계가 울상이다. 3분기 실적이 뒷걸음치면서 올해 환경투자 비용 조달에도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7개 시멘트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1% 감소(1조3624억원→1조2141억원)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약 24%(1730억원→1319억원), 약 65%(3176억원→1111억원)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이미 두 자릿수 출하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지난해 말 가격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마저 상반기에만 반짝하고 그칠 것이라던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문제는 시멘트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환경정책 준수 등을 위한 환경 설비투자 비용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는 데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업계의 3분기까지 누계 순이익은 4252억원으로, 4분기 예상 실적을 포함한 올해 시멘트업계 순이익은 5000억원 내외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올해 설비투자 집행 규모인 6076억원에 1076억원가량 부족한 금액이다.
내부 유보금이나 외자 조달을 통해 부족한 설비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유연탄 조달 비용이 다소 안정화됐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이를 상쇄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 데다 최근 기업 대출 시장 여건도 경색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 설비투자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데 정작 경영실적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정부 환경규제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어려워졌다"면서 "게다가 전기요금까지 두 자릿수 인상돼 유연탄 가격 안정에 따른 연료비용 절감 등을 상쇄하고 넘어서는 원가 부담 증가로 주름살만 늘어나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에는 질소산화물 배출완화를 위한 '고효율 질소산화물 저감시설(SCR)' 설치 투자비가 제외돼 있다. SCR 설치를 위한 투자재원은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지난 9월 시멘트업체 대표이사들은 "국내 시멘트업계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SCR의 기술 검증이 완료돼 실제 적용 가능한 시점에 규제 수치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규제 강화 시점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의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설비(SNCR)'를 최대한 고효율·고도화 운용해 달성할 수 있는 규제기준을 우선 적용하고, 충분한 사전 검토와 검증 없이 확대 적용하는 것은 제품 생산 차질뿐만 아니라 중복 투자에 따른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결국 시멘트업계는 '건설경기 침체 → 시멘트 출하 급감 → 순익악화 → 환경투자 재원 부족 → 환경기준 미달 설비 가동 중단 → 시멘트 출하 급감 → 순익악화'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시멘트 협회 관계자는 "환경투자를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오염물질 저감 시설투자 등을 최대한 앞당기고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순환자원의 안정적 사용 확대를 위해 관련 시설의 신설 및 증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급격한 출하 감소에 따른 매출 부진과 순익 악화로 경영실적이 뒷걸음질 치는데 환경투자에 필요한 재원 마련은 시급하기 때문에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