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엘살바도르가 상당한 수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대통령 직속 비트코인 사무소(ONBTC)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현재 5930.77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5억 219만달러(약 7313억원)에 해당하는 가치로,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에 의하면 미실현 매도 이익이 90% 안팎에 달한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도입하고, 국가 예산을 동원해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이를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으로 명명했다. 이듬해인 2022년 11월 15일 전후로 60%대의 손해를 보면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가상화폐 관련 정책을 재고하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으나, 2년 만에 지표가 뒤바뀐 것이다.
스스로 ‘독재자’라고 칭할 정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우고 있는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6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사회적 합의 절차를 생략한 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저점 매수·매일 1비트코인 구입’ 철학을 고수하는 한편, 지열 에너지 기반 비트코인 채굴, 비트코인 채권 발행, 암호화폐 거래 활성화 등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장하는 전략을 공직자에게 독려하기도 했다.
‘은둔의 왕국’으로 알려진 부탄도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수혜를 보고 있다. 최근 부탄 정부가 약 1000개의 비트코인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로 이체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정부가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은 엘살바도르에 이어 부탄이 두 번째다. 부탄 정부는 현재 9억달러(약 1조 2424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부탄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모두 채굴로 얻은 것이다. 정부의 명령으로 한 채굴회사가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탁 정부는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자 이익을 실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기준 이날 오후 4시 27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0.98% 급등한 8만 8413달러(약 1억 2389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 5일 오전 7만달러(약 98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할 때 일주일도 안 돼 20% 이상 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