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망치 등 흉기를 활용해 접시나 나무판자를 부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득표율이 90%가 넘었던 지역인 만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워싱턴DC의 스트레스 해소 공간인 '크라켄' 이용자가 늘었다고 보도했다. 2019년 문을 연 크라켄은 망치, 야구 배트, 렌치 등으로 접시나 컵, 빈 술병, 나무판자 등을 부술 수 있도록 마련해둔 공간이다. 1인당 29.99달러(약 4만2000원)에 15분간 이용 가능하다. 이 공간 뒤편에는 다트 던지기와 같이 도끼를 던지며 물건을 부수는 장치도 마련해뒀다.
레이 페이지 크라켄 펜 쿼터 지점장은 "보통 분노의 방에는 7~9건 예약이 들어오는데 선거 이후로 17건으로 늘었다"며 "예약 건수만 그렇다는 것이고 현장 접수도 가능해 이용자는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이용자 급증이 선거 결과와 직결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선거 당일이었던 지난 5일 이후 예약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후 예약 건수는 26건으로 더 늘었다고 한다.
실제 WP는 크라켄 방문 당시 하워드대 학생인 남녀가 '트럼프(TRUMP)'라고 적은 흰 접시 다섯개를 내려놓고 야구 배트와 렌치를 휘두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선거 결과를 보고 이 공간을 처음 방문했다는 이들은 스스로 '해리스에 투표했다'고 밝히며 "(물건을 부수고 나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 전체가 분위기가 다운됐다"며 일부 교수는 수업을 취소했고, 일부는 오히려 투표 결과에 신경 쓰지 않으려 수업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걱정된다"며 "우리 국가가 그동안 이뤄왔던 권리와 성과를 되돌리는 결과로 이어질까 봐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DC는 민주당 지지세가 굉장히 강한 지역이다.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득표율은 92.5%(개표율 92.7% 기준), 트럼프 당선인은 6.7%로 큰 격차를 보였다. 2020년 대선 당시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득표율은 86.8%로 압도적이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 내내 워싱턴DC에 대한 적의를 드러냈고 '연방이 시를 인수하겠다'라거나 '연방 관료 조직을 해체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도끼 던지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했던 한 20대 여성은 "민주당이 대선과 상원을 그렇게 빨리 한꺼번에 잃을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연방 관료들이 대거 해임되거나 그 자리가 정치적인 자리가 될까 봐 걱정된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 도시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