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기자
새로운 개념의 부동산투자신탁(리츠·REITs)을 활용해 국민들의 주거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5일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와 나현주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리츠를 활용한 주택금융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고 가계부채를 완화할 수 있는 한국형 뉴(New)리츠 제도를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우리나라 가계·기업 금융의 과제'를 주제로 개최된 정책 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한국형 뉴리츠는 기존의 리츠제도를 활용해 주택구입 및 임차시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부채에서 민간자본으로 대체(Debt-Equity Swap)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집을 사거나 빌릴 시에 은행으로부터 큰돈을 빌리면서 이자부담을 지게 되고 가계부채도 증가해 국가적인 문제가 됐는데, 새로운 리츠를 활용하면 굳이 큰 빚을 내지 않고도 살 집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리츠에 일정 지분 이상 투자한 가계는 리츠사가 보유한 주택에 거주할 권리를 갖게 되는 구조다.
김 교수는 "가계는 한국형 리츠 상품에 투자해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고, 리츠사 소유의 주택에 거주하면서 리츠 지분을 소유하고 지분 매도시에는 매각차익까지 축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당수익은 리츠사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는 가계(임차인)로부터 수취하는 임대료를 기반으로 한다. 리츠사가 보유한 자산가치(주택가격)가 상승하면 리츠사의 주식가격도 상승하게 돼 지분차익도 가능한 구조다.
김 교수는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리츠가 일종의 투자상품인 만큼 손실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초 도입시에는 서울이나 수도권의 양호한 입지에 토지(주택)를 조성하는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의 주택가격 상승 흐름을 봤을 때 수도권을 중심의 양호한 입지에 리츠 단지가 조성된다면 투자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형 리츠는 정부가 공공택지 중에서 사업성과 주택수요 등을 고려해 적합한 후보지를 선정하면 민간사업자가 리츠를 설립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의해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재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주택도시기금을 출자하고, 리츠사는 공공과 민간자금의 출자 및 차입을 통해 조달한다.
한은은 한국형 리츠가 도입되면 가계부채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91.1%로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도 61.4%에 달한다.
나현주 한은 과장은 "주택구입 및 임차시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에서 민간자본으로 대체함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며 "가계와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에 집중됐던 주택가격 변동 위험을 다수의 민간투자자에게 분산함으로써 거시건전성 관리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