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에 경고…'가자지구 조치 없으면 무기 제공 중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 정부에 향후 30일 이내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국의 무기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미국에서 나온 가장 강력한 경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등에 따르면 앤서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공동명의의 서한을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현재와 같은 인도적 위기가 이어질 경우 해외 군사 지원을 규제하는 미국의 법률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이스라엘 측에 밝혔다. 지난 13일자로 작성된 4페이지 분량의 이 서한은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과 론 더머 전략부 장관에게 전달된 상태다.

해당 서한에는 이스라엘의 봉쇄 작전 등으로 인해 가자지구에 전달되는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급감하며 기아, 광범위한 고통이 발생하고 있음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블링컨·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이 지난 3월 가자지구로의 인도적 지원을 막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이 자국법과 국가안보각서 20(NSM-20) 등에 따라 해당 약속이 준수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평가를 기반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 등 구체적인 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경고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지난 몇 달간 우리가 확인한 것은 인도적 지원이 지속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 국무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후 가자지구에 전달된 구호품 등 지원 물량은 50% 이상 감소했다. 9월에는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블링컨·오스틴 장관은 서한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의 최근 조치가 가자지구의 상황을 급속히 악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특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약속한 대로 이스라엘은 지금부터 30일 이내에 일련의 구체적인 단계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최소 구호 트럭 350대의 가자지구 진입, 추가 인도적 통로 개방, 작전상 불필요한 지역에 대한 대피명령 취소 등을 언급했다.

특히 해당 서한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중동 지역에서의 과도한 군사 도발을 자제할 것을 설득하고 있는 가운데 공개돼 눈길을 끈다. 국무부 브리핑에 앞서 서한 사본을 공개한 악시오스는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 서한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래 미국이 이스라엘에 요구한 가장 광범위한 리스트"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 서한은 미국이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행동이 자국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무기 판매를 줄일 수 있다는 언급은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에서 나온 가장 강력한 위협"이라고 전했다.

다만 밀러 대변인은 해당 서한이 사적 외교의 의사소통일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미칠 여파를 우려한 결정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 역시 해당 서한에 대해 '위협'의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며 "단순히 우리가 느끼는 긴박감과 우리가 느끼는 심각성을 반복해서 전달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인도적 지원을 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민주당 성향이 강했던 아랍계 및 무슬림 미국인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던 아랍계 미국인 정치활동위원회(AAPAC)는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중동에서는 여전히 전면전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란의 최근 미사일 공격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예고해 온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의 핵, 석유 관련 시설을 타격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보도에 따르면 미 당국자는 미 대선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라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가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BC뉴스 역시 이날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가 군사적 목표물에만 국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양보는 두 적대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즉각적인 전면전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석유 시설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군사시설 공격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스라엘 보복의 규모가 커질 경우 이란의 보복 공격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의견을 경청하지만, 최종 결정은 우리의 국익에 따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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