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금통위원 '집값 둔화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워'[일문일답]

25일 한은 별관서 기자간담회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5일 "집값 상승 둔화가 확실해질 때까지 보고 금리 인하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상황이 여유롭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값 상승 모멘텀이) 확실히 둔화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느냐를 봤을 때 그렇지 않다"며 "둔화가 어느 정도 되는 걸 보고, 금리 인하의 필요성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거지 집값이 100% 안정된 후에 금리 인하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대해선 "미국이 빅컷을 한 건 상당히 선제적 움직임이었다"며 "우리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엔 위험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에 선제적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후행적 인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선 "내수관점에서 보면 후행적이라는 생각을 같이한다"면서도 "그러나 위험 요인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내수만을 보고 금리를 인하하게 됐을 때 위험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확산될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위원과의 일문일답.

- 서울, 특히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의 경우 금리에 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금리로 집값 상승세를 잡는 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집값 상승세가 강남 3구와 마용성에 국한됐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거다. 문제는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니까 걱정하는 것이다. 집값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소비'다. 소득이 커지면 집에 쓸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문제는 소득이 올라가는 속도보다 집값이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금리로 집값을 잡으려면 금리를 꽤 올려야 될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집값에 영향을 주고, 많이 올리면 집값은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금리로 집값을 잡겠다는 게 아니다. 모멘텀이 강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모멘텀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홀드하겠다는 거다. 집값을 잡아야겠다고 보면 금리 인상이 0.25%포인트에 머무르지 않을 거다.

- 내수 부진으로 대통령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금리 인하를 얘기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대출을 옥죈다고 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은의 금리 방향은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닌가.

▲거시건전성 정책과 금리정책이 꼭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돈을 공급하는 측면이고, 금리라는 건 수요자의 자발적 수요에 영향을 준다. 금리 정책은 (금리를) 내림으로써 내수에 볕이 들어가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가격 변수에 감독 당국이 관여하는 것은 좋은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금리에 대해 얘기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지만 한은 입장에선 기본적으로 이런 관점을 가지시길 추천한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엑셀 밟는 걸 좋아하고, 브레이크를 잘 안 밟는다. 그러면 누군가는 필요할 때 브레이크를 잡아줘야 한다. 그 주체가 중앙은행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중앙은행 독립성이 중요한 것이다. 만약 중앙은행이 같이 엑셀을 밟으면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서 금리 인하를 언급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한은 입장에선 ‘그래도 우리가 대한민국 경제 리스크 매니저로서 위험을 통제해야 하는 입장인데, 엑셀로 옮겨가기에는 시기상조 아니냐’라고 보고 있다.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진 모르겠지만, 위험 요인의 약화가 가시화되면 저희도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 보고 있다.

-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상승 모멘텀 변화가 확실히 발견되기 전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말자는 의견인가.

▲한은이 리스크 매니저의 역할을 하고는 있는데, 리스크 매니지먼트만 하는 건 아니다. 최대한 균형적인 시각으로 엑셀과 브레이크 같이 조절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모멘텀의 확실한 둔화를 보고 갈 정도로 한국경제가 녹록하냐를 보면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통화정책 의사 결정을 할 때 위험도 보지만, 금리 인하 필요성도 본다. 지금은 금리인하의 필요성보다 위험 요인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본다. 만약 위험이 100이라고 할 때 이 위험이 5 수준으로 떨어지는 걸 본 뒤에 판단할 정도로 여유가 있느냐를 보면 그렇진 않다. 결국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 보고 있다.

- 집값 상승 모멘텀이 확실히 잡히지 않더라도, 연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확실히 둔화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느냐를 봤을 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둔화가 어느 정도 되는 걸 보고 금리 인하의 필요성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거지, 집값이 100% 안정된 후에 금리 인하하겠다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상황이 그만큼 여유롭다고 보진 않는다. 내수 부분을 보면 인하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 금리 인하와 내수의 상관관계가 마이너스일 가능성은 있다.

▲그렇진 않다. 금리를 인하하면 내수가 좋아질 것이다. 다만 얼마나 좋아질 것인지, 그 폭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금리를 인하하면 이자를 적게 내고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져 효과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가 점점 커질 것이다. 금리 인하가 내수엔 분명히 도움을 줄 것이다.

-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했다. 다음 달 금통위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한국과 미국의 상황은 다르다. 개인적으론 7월 정도에 금리 인하를 해도 되겠다고 봤다. 미국은 고용과 물가 간 관계를 봤을 때 사실상 물가에 대한 우려가 많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랑 비슷했다. 우리는 미국보다 물가 걱정이 적었다. 고용시장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빅컷을 한 건 상당히 선제적 움직임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엔 위험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에 선제적 조치를 하지 못했다.

-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며 후행적 인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수 관점에서 보면 후행적이라는 생각을 같이한다. 그러나 위험 요인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내수만을 보고 금리를 인하하게 됐을 때 위험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확산될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그때 상황을 보면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 최근 이창용 총재가 국회 강연에서 '가계대출과 집값 급등의 원인이 정책금융에 있다'고 말했다. 대출과 집값 급등의 원인이 정책금융에 있는 건가.

▲정책금융이 집값 상승의 주된 요인이냐고 묻는 것 같다. 규모만 보면 주요인까지는 아니지만 분명히 요인 중 하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정책금융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해선 집이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여력이 있다면 집 사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 다만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정책금융을 하는 게 중요하다.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극단적으로 보면 약탈적 대출이다. 정책대출을 해주면서 상환부담도 늘리지 않겠다면 싱가포르 펀드처럼 연금과 주택매입을 연결시키든지 다른 정책 대안이 있다.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을 ‘비둘기파’(완화 선호)라고 했다. 최근 시장에선 ‘매파'(긴축 선호)로 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저는 마이크로한 부분들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와 닿는 비중이 크다. 주택가격의 경우 주택가격이 가지고 올 여러 문제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 위험을 우리가 감수했을 때, 나중에 위험이 현실화되기 시작했을 때 막을 수 있겠나를 보면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 성향이 비둘기에서 매로 변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마이크로로 본다는 건 금융안정 이슈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금융안정을 크게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 됐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 현시점에서 집값에 특화된 정책 필요하다고 보나.

▲주택과 관련한 여러 정책에 대해서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인가.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는 것은 힘을 써서 수도에서 나오는 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물의 양을 조금 줄여보고 계속 조금 줄여보고, 그래도 상황이 개선이 안 되면 더 줄이고 하는 게 맞다. 한꺼번에 줄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한다.

- 9월 가계대출 수치는 노이즈가 있을 거란 시각이 많다. 10월 금통위에 앞서 가계대출 상황은 보조지표로 판단해야 한단 의견도 있는데.

▲9월 데이터를 보면서 노이즈가 있을 거라 인지하고 있다. 9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에 대해 저희도 고민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쨌든 9월~10월 초까지 데이터를 보고 여러 특수성을 감안해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공식화된 보조지표를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 지난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으면서 '소수의견 무용론'도 나온다.

▲오해하시는 게 있다. 저희가 금통위 전체로서 전략을 세워서 움직이거나 하지 않는다. 소수의견이 나오면 나오는 거고, 안 나오면 안 나오는 거다. 금통위원 7명이 각자 판단에 의해서 의견을 표명한다. 거기서 소수의견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다. 소수의견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9월 이후 꺾이고 있다. 9월은 연휴 앞뒤로 집을 사는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데이터를 보고 꺾인다고 볼 수 있나.

▲데이터가 개인적인 우려를 줄여주고 있는 형태로 나오고 있지만 이것을 믿어도 되는지, 이것이 추세적으로 나타날 것인지, 10월 또는 11월 들어 다시 올라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10월에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저도 모르겠다. 그 부분은 저도 굉장히 갑갑하다. 누가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그때까지의 데이터와 정부 상황 등이다. 시장 근저에 있는 얘기들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제금융부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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