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출생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가운데, 러시아 보건부 장관이 직장 점심시간 등에 아이를 가질 것을 장려해 파문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 포스트·뉴스 위크 등 외신은 예브게니 셰스토팔로프 러시아 프리모리스키 지방 보건 담당자가 지난 13일 현지 지역 언론인 페더럴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직장에서 매우 바쁘다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아니라 궁색한 변명"이라며 "쉬는 시간에도 임신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기자가 "12~14시간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언제 아기를 만드느냐"라고 묻자 셰스토팔로프는 "쉬는 시간에"라고 강조하며 "인생은 너무 빨리 지나가기에 이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성들에게 더 많은 자녀를 낳으라고 이야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샹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여성 포럼에서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여성을 존중한다"며 "우리의 국가 정책은 여성의 이익을 위한 국가 행동 전략에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목표를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이 제안됐으며, 여성이 직업적으로 성공하면서도 많은 자녀를 둔 대가족의 중심인물이자 가정을 지키는 수호자로 남을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이 (러시아 사회에) 조성되고 있다"며 "여성은 아름답고 배려심이 많고 매력적이며, 직업적인 경력과 모성을 결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목숨을 잃는 러시아 군인들이 계속 늘어나자 "우리 할머니 세대는 대개 7, 8명 또는 이보다 더 많은 자녀를 낳았다"며 "이런 멋진 전통을 지키고 부활시키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서는 최소 100만 명이 넘는 러시아 주민들이 해외로 이주했다. 또 러시아 여성들의 출생률도 1인당 1.5명에 그쳐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 2.1명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이 때문에 2050년까지 1억3000만명 이하로 인구가 1400만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모스크바에서는 18~40세 여성의 가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무료 가임력 검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4세 미만의 여성이 첫 아이를 출산할 경우 한화로 약 1500만원의 장려금을 주는 지방 도시도 있다. 이어 러시아 정부는 임신 중지(낙태)를 까다롭게 하고 이혼 비용을 높이는 등의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