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흉기를 휘둘러 일면식도 없는 이웃을 살해한 범인의 모습이 담긴 현장 CCTV 영상이 공개됐다. 가해자는 범행 후 엘리베이터에서 피 묻은 손을 바라보거나 머리를 매만지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여 공분을 사고 있다.
3일 JTBC는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 22분께 서울 은평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 당시 CCTV 영상을 보도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 A(43)씨는 담배를 피우러 잠깐 집 앞에 나갔다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백 모(37)씨가 휘두른 일본도에 목숨을 잃었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백 씨가 피해자 A씨에게 다가가 공격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본도를 넣은 골프가방을 들고 있던 백 씨는 길 건너편에 있던 A씨에게 다가가 갑자기 칼을 꺼내 휘둘렀다. 백 씨의 공격에 어깨를 베인 A씨는 경비초소로 달려가 경비원에게 신고를 부탁했지만, 백 씨는 A씨를 쫓아와 계속해서 흉기를 휘둘렀다. 결국 크게 다친 A씨는 경비 초소 앞에 쓰러져 숨졌다.
백 씨의 모습은 다시 엘리베이터에서 포착됐다. 범행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 백 씨의 온몸에는 피가 묻어있었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휘어진 상태였다. CCTV에는 백 씨가 피 묻은 손을 바라보거나,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백 씨는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방 안에 앉아있다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됐다.
백 씨는 경찰 조사에서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서 이 같은 행위를 했다"라거나 "피해자가 지속해서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는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했다. 그는 또 "나는 심신 미약이 아니고, 멀쩡한 정신으로 했다"라거나 유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피해자인 A씨는 9세와 4세의 어린 두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유족은 JTBC에 "아직도 안 믿어진다. 퇴근해서 돌아올 것 같은데, 어제도 안 돌아오고. 집이 너무 싫다. 아침에 눈 뜨는 게 너무 싫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유족 측은 이번 사건이 계획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백 씨에 대한 신상 공개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